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3도1473 판결1. 사안의 개요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자로 누범에 해당하는데 마약취급자가 아니면서도 공소외 A에게 돈을 받고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을 건네 주어 매도하고, 메스암페타민을 자신이 직접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하여 물에 녹여 혈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약하고, 나아가 공소외 B에게 매도하려다가 검찰청 소속 수사관들에게 검거됨으로써 미수에 그친 사안에서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형을 선고 받은 후 양형부당으로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 받았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이유를 개진함에 있어 “항소심에서 양형부당 주장 외에도 함정수사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도 하였으나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고 밝히면서 자신은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에 따른 함정수사의 피유인자에 불과하므로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하여 공소제기된 이 사건에 대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자는 항소심의 공판기일에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항소이유의 일부를 철회할 수 있으나 항소이유를 철회하면 이를 다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는 제한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항소이유의 철회는 명백히 이루어져야만 그 효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피고인의 함정수사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이 명백히 철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한 바,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 심리적 압박이나 위협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지만,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3. 검토
가.함정수사의 허용범위와 법적 효과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나 그 의뢰를 받은 수사협조자(통상 정보원이나 제보자 등으로 호칭됨)가 범죄를 유인하여 피유인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범인을 상대로 수사하여 공소제기하는 수사방식을 의미한다. 국가기관인 수사기관이 수사를 함에 있어 함정을 만들어 냄으로써 국민을 속여 신의칙을 위반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으며 수사의 상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수사방식도 마약범죄나 뇌물범죄, 도박 등과 같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행하여지는 범죄의 척결을 위하여 필요한 면도 있어 어느 정도는 허용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수사방식 중의 하나인 함정수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태여서 그 허용범위와 법적 효과 등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판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함정수사의 의미와 관련하여 객관설은 수사기관 등 함정수사의 유인자가 피유인자를 함정에 빠뜨릴 때 취한 행동에 중점을 두어 객관적으로 유인자의 행위가 통상의 일반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할 정도의 유인방식을 사용한 경우라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는 견해로써 수사기관의 행동만을 기준으로 하게 되므로 피유인자가 범의를 가지고 있었는 지에 대하여는 문제 삼지 않고, 주관설은 수사의 대상인 피유인자의 주관 내지 내심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기회제공형의 수사에 대하여는 적법하다고 보고 범의를 유발시키는 수사는 위법하다고 보는 견해로써 위법한 함정수사인지 여부는 피유인자의 주관적 성향을 기준으로 하여 그가 기회만 제공되면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지 아니면 범의는 없는 데 범죄의사를 생기게 하였는지라는 기준에 따르게 되며, 종합설은 범의를 유발시키는 함정수사가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이지만 범죄의 태양, 함정수사의 필요성, 법익의 성질, 남용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을 보아 함정수사의 허용한계를 설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대법원은 함정수사는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라 할 수 없다고 표현하고 있어(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있음) 대체로 주관설 내지 종합설의 입장에서 함정수사를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등).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와 관련하여 유죄판결설은 함정수사의 위법성과 그 가벌성은 별개로 파악하여 피유인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한 이상은 실체법상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이고, 무죄판결설은 함정수사에 의한 행위는 위법성이나 책임 등의 범죄성립요건을 조각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이며, 공소기각설은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는 적정절차에 위배되는 수사에 의한 공소이므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의 없는 사람에 대하여 범행을 적극권유하여 범의를 유발케 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뒤 범행에 이른 사람에 대하여 그 행위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한 것은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규정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공소기각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2007.10.23. 선고 2008도7362 판결 등).

나. 평가
본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의 판단을 보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기본적으로 위법하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및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처벌받은 전력여부,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적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어 종합설의 입장에서 함정수사를 조망하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본건의 경우 피유인자임을 자처하는 피고인이 유인자라고 하는 공소외 A, B와 개인적인 동기에 의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사용하였다고 볼 어떠한 증거나 정황이 없다면 이를 위법한 함정수사로 볼 수 없다고 하는 결론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무상 수사기관과 유인자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는 정보원 내지 제보자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될 수 있는 경우라든지 그러한 관련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정황이 있는 경우(예컨대 정보원 내지 제보자도 처벌 전력이 있고 처벌될 행위를 저지른 경우임에도 피유인자를 체포하는 데 협조하였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되는 경우 등)에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점에 대하여 검사에게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백의 임의성에 관한 기초사실처럼 위법한 함정수사인지 여부에 관한 기초되는 사실은 책임관련적 소송법적 사실로 보아 자유로운 증명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검사의 입증활동과 법원의 보충적인 직권증거조사에도 불구하고 제보자와 수사기관이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에 따라 제보자 내지 정보원과 수사기관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피유인자를 범행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 향후 과제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법원은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와 관련하여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그렇지만 함정수사는 범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을 써서 범죄를 유발한 것이므로 수사자체가 위법한 것이지 공소제기절차가 위법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고(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공소제기나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한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절차가 위법하여 무효인 것과 비교하여 보면 이해가 쉽다) 더 나아가 공소기각 판결에는 기판력을 부여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그러므로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피고인 보호나 법논리면에서나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여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명문으로 규정된 이상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이거나 그 파생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게 되었으므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배제한다면 함정수사의 피유인자의 행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자백 외에 보강증거가 없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위법한 함정수사라 하더라도 증거만 갖추었다면 함정수사를 하였다는 점이 양형상 고려될 뿐 유죄로 판결할 수 있다는 유죄판결설의 입장에 서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보고 있으므로 실제 결론에 있어서는 무죄판결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위법한 함정수사의 피유인자에 대하여는 공소제기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기보다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로 판결하여야 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향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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