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가 죽으면서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첫째는 내 재산의 1/2을, 둘째는 1/3을, 셋째는 1/9을 가지도록 해라.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낙타 17마리. 형제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재산분배로 골머리를 앓는다. 17마리의 절반이라면 8마리를 가지고 낙타 한 마리를 죽여 절반을 가지라는 건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숙제에 절망할 즈음, 낙타를 타고 길을 가던 현인이 말한다. “내 낙타 한 마리를 빌려줄테니 한번 나눠 보게나”. 18마리 낙타를 가지고 첫째는 9마리, 둘째는 6마리, 셋째는 2마리를 가졌다. “한 마리가 남는군. 내가 도로 가져가도 되겠지.”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1월 13일 모두 마무리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굵직한 자리들이다. 명실상부한 용들의 잔치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청문회 역시 일관적 모르쇠, 고질적 자료제출 거부 및 전형적 탈법행위로 기존의 청문회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장 후보자가 선서도 못하고 파행을 겪는가 하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는 ‘숨겨놓은 자식이 있느냐’는 민망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청문회라고 하는 것은 후보자로 거론된 사람이 그 자리를 맡을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문회가 그런 기능을 상실한지는 오래되었고,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 정쟁 차원에서 청문회를 이용하고 후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적 질문과 의원 자신의 인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청문회 공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3명 후보자 모두 문제가 없다면서 민주당이 청문회를 정쟁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반면, 민주당은 모두 낙제점이고, 특히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 도덕성 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낙타 17마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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