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법조계의 법조지정(法曹之情) 꽃피우다

울산지방변호사회는 다른 지방변호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조 3륜간의 정이 끈끈한 것으로 유명하다. 법조3륜이 법률가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춘-추계 축구대회 등 정 깊은 여러 행사를 함께 계속할 만큼 상호간 이해와 신뢰가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법조 3륜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법조지정(法曹之情)’을 활짝 꽃피우고 있는 이가 바로 울산지방변호사회 ‘서기영’ 회장(52세)이다.

회원 간 단합 어느 지방회보다 끈끈

  서기영 회장이 가장 높게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일까.

“늦게 가나 일찍 가나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게 기본 신조입니다. 시골서 노인들이 그러지요. 일찍 가나 늦게 가나 파장하면 둘러 앉아 막걸리 한잔을 하는 것이 인생이고, 결국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천천히 그러나 바르게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자는 그의 지론은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울산고법 원외재판부가정법원 설치에 역점

울산지방변호사회는, 현재 울산지방법원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및 가정법원’설치를 위해 울산시민과 함께 애쓰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2심 재판이나 소년형사사건재판을 부산에서 받지 않고 울산에서 받게 해 달라는 것으로, 특히 울산지방 법원·검찰청 신청사 준공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에 발맞추어 꼭 이루어 졌으면 한다고 한다.

또한, 울산지방변호사회는 회원 간 단합이 잘되기로 유명하다. 우선 회원 수가 140여명으로 관할 규모 대비 적당한 수준이고 지역적으로 단일화되어있어 친밀도가 높다는 것이다. 중국 대련과의 국제교류행사를 겸해 30여명의 회원들이 백두산으로 춘계수련회를 다녀왔고, 작년까지는 년 1회 해외 연수경비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축구회, 골프회, 트레킹회, 배드민턴회, 여성변호사회, 청년변호사회 등에 상당액의 지원을 하고 있어 각종 소모임이 활성화 돼있고, 회원간의 유대감이 깊다는 것이다. 울산회 회원들의 회원간 단합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

후배변호사엔 “사회활동 많이 하라”조언도

하지만, 역시 변호사 수의 급작스러운 증가로 경기가 어려운 건 울산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처음 개업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개업비용을 회수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변호사 업계를 지칭해 ‘슬로울리 데드(Slowly Dead)’라는 말이 나온 게 5년 전 일인데 지금은 퀵 데스(Quick Death)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법률수요는 증가 폭이 아주 미미한데 반해, 변호사 수는 표현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인파산, 기업회생, 재건축분야, 등기업무 등 특화가 필요하지만 아무리 특화해도 연간 수임할 수 있는 건수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전문화 역시 쉽지 않은 것이 지역 법조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사회활동을 더 많이 하라고 조언해 주곤 합니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다보면 인맥을 넓힐 수 있고 사건 수임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호사들에게 정치활동, 시민운동을 적극 권하는 편입니다. 국회나 시의회는 법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니까 변호사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활동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더러 변호사의 위상도 높아지는 길입니다.”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회원들을 걱정하는 자격있는 회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는 공직을 맡을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회 김영 회장께서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개인적으로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간파하였습니다. 특히 변호사는 항상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민주화를 위해 힘써야 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특정 정당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초 직선제로 당선된 위철환 회장에게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우선, 초유의 지방회 순회방문으로 지방과의 소통에 힘쓴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또한, 대한변협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하는 국회법사위원과의 접촉 등 여러 활동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다만, 홍보에 치우치기보다 실질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한변협이 회원들로부터 매월 회비를 징수하면서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이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사례금 선수령 금지 조항 삭제 정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더욱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회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법조계 진출과 관련해서는 격려와 함께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니 파이가 작아져서 아직까지는 기반을 닦지 못한 젊은 변호사들이 큰 고충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수가 늘어나면서 파워도 커지고 역량도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소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변호사들은 자랑스러운 직무라는 긍지를 가지고 항상 당당해야 할 것입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소속감을 키우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사시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변호사로서는 한 배를 탔으니 상호이해와 신뢰로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변호사가 되자는 조언이다.

개인적으론 칼럼·책 쓰고파

“중국, 일본 역사소설을 많이 보아왔고, 특히 중국의 ‘위하’, 일본의 ‘요시카와 에이지’, 우리나라의 ‘김탁환’을 좋아하는데 시간되면, 러시아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루고 있던 ‘서기영 변호사의 책읽기, 세상읽기’란 칼럼을 써볼까 합니다. 또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재미있는 법률이야기를 소재로 책을 쓰고 싶습니다. 판례나 법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엮어서 일반 독자들이 딱딱하다고 느끼는 법에 재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시골출신이라 그런지 텃밭을 가꾸고 싶습니다. 대구회 석왕기 회장님, 경남회 이태우 회장님은 텃밭을 가꾸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부럽습니다. 손수 심은 작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로망이고 희망사항입니다. 로망은 로망일 뿐 막내아들이 이제 중학교 3학년이라 더 고생을 해야 합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울산회 회장님이 말씀하신다.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님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14개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님들과 한분 한분씩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리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사는 방식이 옳은지 알려면 남이 사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참으로 뜻 깊고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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