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등취소청구의 소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두11546 판결

사실관계
甲회사(원고)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처분사유로 한 공정거래위원회(피고)의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회 변론기일 이전에 甲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다. 원심은 甲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사실을 알지 못한 채 甲회사의 관리인으로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 그대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甲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甲회사의 원심 대리인은 甲회사를 상고인으로 표시하여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甲사의 관리인은 상고심에서 소송수계신청을 한 후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원심판결의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를 다툰 사안이다.

판결요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은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송 계속 중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었음에도 법원이 이를 알지 못한 채 그 관리인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 그대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면, 그 판결은 일방 당사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으로 소송절차를 수계할 관리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심리되어 선고된 것이므로 여기에는 마치 대리인에 의하여 적법하게 대리되지 아니하였던 경우와 마찬가지의 위법이 있다

판례해설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 계속 중에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게 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는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이 때 중단되는 소송은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것이면 회생채권, 공익채권 등에 기한 것이라도 포함된다. 중단된 소송 중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없는 것은 관리인이나 상대방이 수계할 수 있고(동조 제2항),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과 관계있는 것은 즉시 수계할 것이 아니라 먼저 간이·신속한 회생채권 등의 조사절차(관리인의 회생채권자 등 목록작성, 회생채권자 등의 채권 신고 및 관리인의 조사절차)를 거치고 그 조사절차에서 이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권리확정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고 이의자를 상대로 소송을 수계하여야 한다(동법 제172조 제1항).

이러한 수계신청은 조사기간의 말일 또는 특별조사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이 기간이 경과한 후에 수계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그 소는 부적법하게 된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다9545 판결). 실무상 소송과정에서 어느 당사자에게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도 그 당사자가 그 사실을 상대방이나 법원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고지하지 않으면 상대방이나 법원은 해당 당사자의 회생절차진행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회생절차상 관리인은 단순히 회생회사의 기관이거나 대표자가 아니고 회생회사의 이해관계인 전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이며(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1559 판결) 회생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으로 취급되어 회생회사의 업무수행권 및 재산의 처분관리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재산에 관한 소송 과정에서 어느 당사자에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당사자표시변경의 방법이 아닌 소송수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본 판결은 이와 같이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로 소송절차가 진행되어 선고된 판결은 대리권 흠결을 간과하고 내려진 판결과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584조 제1항, 제406조 제1항에 의하면 개인회생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이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때에는 그 소송절차는 수계 또는 개인회생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중단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최근 대법원은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었는데 법원이 그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 사실을 알고도 채무자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 그대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한 경우 그 판결은 채무자의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으로 소송절차를 수계할 채무자가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심리되어 선고된 것이므로 여기에는 마치 대리인에 의하여 적법하게 대리되지 아니하였던 경우와 마찬가지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여 개인회생절차에서도 동일한 법리를 확인한 바 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33976 판결).

저작권침해금지 등
2013. 7. 12. 선고
2013다22775 판결

사실관계
甲회사(원고)는 중문 서적의 저작권자이고, 乙회사(피고)는 중문 서적에 수록된 이야기를 편집, 번역한 자이다. 甲회사는 乙회사에 대하여 중문 서적에 담긴 이야기들에 대한 편집 저작권 및 2차적 저작물 작성권(번역권) 침해를 주장하며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환송 전 원심에서 甲회사의 주장 중 편집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배척되었으나 2차적 저작물 작성권(번역권) 침해 주장은 인정되어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甲회사는 손해액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점만을 이유로 상고하였고, 乙회사는 중문 서적에 수록된 이야기는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종전 상고심은 甲회사의 상고이유는 배척한 반면, 중문 서적에 수록된 45개의 이야기 중 4개는 원저작물에 수정, 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여 독창적인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乙회사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乙회사의 패소 부분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에서 乙회사는 중문 서적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저작물을 새로이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환송 후 원심은 45개 이야기 중 종전 상고심이 독창적인 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4개 이야기뿐 아니라 나머지 22개 이야기가 원저작물과 비교하여 2차적 저작물로서의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23개 이야기만 저작재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손해액 원금은 환송 전 원심이 인용한 금액을 감액함),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중문 서적이 창작성이 있는 편집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중문 서적에 나타난 전체적, 구체적인 편집상의 표현이 이 사건 번역 서적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형태로 차용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고의 편집 저작권 침해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자 甲회사 만이 다시 상고한 사안이다.

판결요지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을 이루는 개별적인 권리들은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이라는 동일한 권리의 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 독립적인 권리로 파악하여야 하므로 위 각 권리에 기한 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중문 서적의 편집 저작물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2차적 저작물 또는 독창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이 된다. 이 사건에서 환송판결은 乙주식회사의 상고이유 중 일부를 받아들여 환송 전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것을 명한 부분만 파기환송하고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으므로, 위 파기환송된 부분 이외의 부분, 즉 甲주식회사의 이 사건 청구 중 이 사건 중문 서적이 편집 저작물에 해당함을 전제로 편집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위 환송판결의 선고로써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의 심판범위는 위 개별 이야기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에 국한되고 그 밖의 부분은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환송 후 원심이 편집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까지 심리하여 판단한 것은 환송 후 원심의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할 것 없이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인바,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당원이 직접 그 소송이 위와 같이 환송판결의 선고로 종료되었음을 선언한다.

판례해설
저작권은 복제권, 공연권, 배포권 등 저작자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재산권과 공표권, 성명표시권 등 저작자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저작인격권으로 대별할 수 있고,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권리들은 저작권을 구성하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각기 독립한 권리로서 별개의 소송물이 된다. 본 판결 역시 중문 서적의 편집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2차적 저작물 또는 독창적 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이라는 전제하에 환송판결에서는 중문 서적에 수록된 개별 이야기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것을 명한 부분만 파기환송되었고, 나머지 부분 즉 중문 서적이 편집저작물에 해당함을 전제로 편집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환송판결의 선고로서 확정되었으므로 환송 후 원심의 심판범위는 위 개별 이야기의 저작재산권 침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에 국한되고, 그 밖의 부분은 심판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환송 후 원심이 편집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까지 심리하여 판단한 것은 환송 후 원심의 심판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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