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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법정허락과 미분배 보상금 문제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nimm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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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승인 2013.11.15  22: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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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현행 저작권법에는 이용자가 저작권자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도 법률의 규정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하고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교과용 도서에의 이용에 따른 보상금, 수업목적 이용에 따른 보상금, 제31조의 도서관에서의 이용에 따른 보상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기만 하면 저작권자와의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하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법정허락(statutory licence) 제도이다. 이는 통상적인 권리제한 규정에 법정허락에 따른 보상금 지급 규정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권리제한의 파생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법정허락과 관련하여 발생한 보상금의 미분배 문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과 그 개선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II.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법정허락과 보상금 징수단체를 둘러싼 문제점

1. 교과용 도서에의 이용에 따른 보상금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의 교육 목적상 필요한 교과용 도서에는 다른 사람의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다(제25조 제1항).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만 적용되므로 전문대학이나 대학의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교과용 도서’가 아닌 학습참고서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표된 저작물을 교과용 도서에 게재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문체부장관’으로 줄임)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제25조 제4항 본문).

2. 수업목적 이용에 따른 보상금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및 이들 교육기관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교육지원기관은 그 수업 또는 지원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25조 제2항 본문).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저작물의 전부를 이용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제25조 제2항 단서). 공표된 저작물을 수업목적이나 그 지원 목적상 필요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문체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제25조 제4항 본문). 다만,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을 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제25조 제4항 단서).

3. 보상금 징수단체

그런데 교과용 도서에의 이용 및 수업목적 이용에 따른 각 보상금은 관련 저작재산권자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제25조 제4항), 위 각 이용에 관련된 저작재산권자들이 이러한 보상청구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으며 반드시 문체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를 통하여서만 보상청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제25조 제5항). 문체부장관은 위 각 보상금에 관해서 한국복제전송권협회(이하, ‘복전협’으로 줄임)를 징수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4. 징수한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미분배되는 현실

문제는 문체부장관이 지정한 복전협을 통해 징수된 보상금이 저작재산권자에게 실제로 분배되고 있는 비율이 지극히 낮다는 데에 있다. 지난 10월 23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복전협이 지난 15년간 272억 4500만원의 보상금을 징수하였으나 그 중 58.7퍼센트인 159억8900만원을 분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한국경제신문 2013년 10월 23일자 참조).

그러면 이러한 미분배 보상금이 그대로 적립되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실상이다. 미분배의 원인은 징수단체의 체계적인 분배시스템 결여와 분배 의지 부족에서도 연유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부적절한 법규범 제정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주된 원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저작권법 제25조 제8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8조가 규정하고 있는 미분배 보상금의 이른바 ‘공익목적 사용’ 조항이다.

III. 저작권법 제25조 제8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8조에 의한
‘미분배 보상금의 공익목적 사용’

1. 규정 내용

저작권법 제25조 제8항에 따르면 보상금 징수단체는 보상금 분배 공고를 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미분배 보상금에 대하여 문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공익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익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제1호 내지 제6호로 열거하여 위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 공익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저작권 교육·홍보 및 연구’(제1호), ‘저작권 정보의 관리 및 제공’(제2호), ‘저작물 창작 활동의 지원’(제3호), ‘저작권 보호 사업’(제4호), ‘창작자 권익옹호 사업’(제5호), ‘저작물 이용 활성화 및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제6호)이다.

2. 과연 누구를 위한 ‘공익목적’인가?

저작권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서 열거하는 6가지 공익목적 중 저작권법 제25조의 권리제한규정에 따라 관련 권리를 제한 당한 해당 저작재산권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은 전무하다. 모두 저작권 제도의 체제 개선에 관한 것으로서 권리자들에 대해 우회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들뿐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공익목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IV. 저작권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의 ‘미분배 보상금의 공익목적 사용’이란 저작재산권자에 대한 ‘간접분배’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1. 사회보장적 공익목적의 ‘간접분배’ 규정의 필요성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저작권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이 규정한 이른바 ‘공익목적’들은 어디까지나 저작권법 관련 공무원들이나 그 연구자들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공익목적’일 뿐이다.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보상금을 분배받아야 할 저작재산권자들의 ‘공익’을 직접적으로 고려한 규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분배받아야 할 보상금을 분배받지 못한 저작재산권자들을 배려한 사회보장적 내지 사회복지 차원의 이른바 ‘간접분배’에 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보상금을 분배받아야 마땅하지만 분배 시스템의 불완전성 때문에 미처 분배받지 못한 저작재산권자들의 상당수는 권리자로서 유명하지 않거나 그 지명도가 낮아서 이른바 ‘무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위해서는 사회보장적 공익목적의 ‘간접분배’ 규정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저작재산권자의 권리보다 한 단계 ‘완화’된 권리라 할 수 있는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의 권리 사용과 관련하여 발생한 미분배 보상금의 ‘간접분배’에 관하여 천명(闡明)한 이른바 ‘런던원칙’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2. 국제음악가연맹(FIM)과 국제배우연맹(FIA)에 의해 채택된 이른바 ‘런던원칙’

국제음악가연맹과 국제배우연맹에 의해 채택된 실연자(performer)의 저작인접권에 관한 이른바 ‘런던원칙’은 다음의 4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⑴ 내지 ⑶은 1969년 2월 14일 채택되었고, ⑷는 1978년 12월 20일 추가 채택된 바 있다(이에 관해서는, 박성호, “판매용음반의 방송사용에 대한 실연자의 보상청구권”,「계간 저작권」, 1996년 여름호 참조).

⑴ 징수단체의 당연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판명되지 않아 개개의 실연자에게 분배할 수 없을 때에는 판매용 음반의 방송사용료는 실연자 직업의 전체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단, 이 사용료를 받을 단체는 징수단체에 대하여 음반의 방송사용에 대한 개인으로부터의 클레임에 대하여 책임을 면하는 적절한 보증을 해 주어야 한다.

⑵ 필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사용시간에 따라 개개의 실연자에게 분배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음반의 공개사용료는 실연자 직업의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단, 이 사용료를 받을 단체는 징수단체에 대하여 음반의 공개사용에 관한 개인의 클레임에 대하여 책임을 면하는 적절한 보증을 해 주어야 한다.

⑶ 음반의 방송사용 또는 공개연주에 대하여 실연자가 사용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또한 필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또는 권리자를 판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용료를 개개의 실연자에게 분배할 수 없는 국가에서는, 그 분배불능의 사용료는 그 발생국에 유보하여야 한다.

⑷ 일반적으로 각국에 대한 징수분배는 그 국가의 법률과 국가에서 인정한 단체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되며, 또한 당사국에게 송금되는 어떠한 사용료의 분배도 그 국가의 법률과 국가에서 인정한 단체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런던원칙’에 따라 실연자에게 직접분배 방식을 채택하였더라도 해당 실연자가 판명되지 않아 미분배된 보상금에 대해서는 ‘간접분배’ 방식을 인정하여 장학금, 사망한 실연자의 배우자 연금이나 실연자의 실업보조금 등 실연자의 복지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미분배 보상금에 대해 ‘간접분배’를 실천하는 방안

현행 저작권법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미분배 보상금의 처리 시스템은 관련된 저작재산권자에 대한 ‘간접분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제도이다. 미분배 보상금 문제에 관한 한 저작재산권자들은 실연자에 관하여 45년 전 천명된 ‘런던원칙’보다 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현행 제도의 병폐가 누적되어 횡령이나 배임 등 형사법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술한 ‘런던원칙’의 정신을 토대로 저작권법 시행령 제8조를 개정함으로써 저작재산권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적 기금을 확충하는 이른바 ‘간접분배’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 빨리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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