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청구인 최O은 전국에서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서, 청구인 박O순은 위 단체의 상임공동집행위원장으로 각 활동하였는데,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반대하는 후보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또는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을 소환하여 피의자신문을 하였다. 그런데 위 피의자신문에 앞서, 청구인들은 변호인들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피의자신문에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이를 거부한 채 피의자신문을 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거부행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요지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해설

본 결정은 구속 피의자뿐만 아니라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우리 헌법의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의 원칙으로부터 당연히 인정됨을 분명히 한 점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의 보장과 신체의 자유 보장에 한 획을 긋고 피의자신문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는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의 변호인참여요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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