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지난 10월 29일 청와대에 금융선진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법률선진화 제안서가 아닌 국제금융의 선진화를 위하여 정부와 민간 공동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줄 것을 청와대에 제안하자 언론에서도 신선하다며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에서는 사설에까지 변협의 제안을 언급하면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한경은 변협이 갑자기 창조경제를 들먹이며 금융허브론을 들고 나온 속내가 궁금하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변협이 법조계와 직접 관련없는 분야에 대하여 객관적인 정책제안을 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일감 늘리기를 위하여 이러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가 지금까지 규제철폐를 통한 법체계의 세계화를 막는 주범이 혹시 법조단체가 아니었는지 반성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따끔하게 금융허브를 들먹이기 전에 국내 법률산업을 어떻게 선진화할 것인지 그것부터 고민하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다른 언론은 변협의 제안만을 보도하고 있는데 한경이 한발 더 나가 따끔한 비판과 함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금융의 선진화를 통해 국민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보자는 변협 입장에서는 무척 고마운 일이다. 다만, 변협이 한경으로부터 약간 오해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규제철폐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금융의 선진화가 변호사들의 일감 늘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히 변협에게 있다. 다른 분야도 어렵지만 특히 로스쿨 체제가 도입된 이후 갑자기 늘어난 변호사 수로 인하여 특히 청년변호사의 일자리 창출, 변호사 직역확대가 변협의 최대 과제가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서 금융선진화가 변호사들의 일자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함에도 이런 정책제안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과연 금융 선진화가 단기적으로 변호사의 일감을 늘일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오히려 규제가 철폐되면 변호사들의 일감이 단기적으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로펌 회원이 아닌 나머지 회원들은 금융의 선진화는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분야라고도 한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변협이 이런 정책제안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회원들도 있다. 한경 사설의 지적처럼 법조계의 다른 현안이 많은데 정력을 집중하지 뜬금없이 왜 금융 선진화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변협에 항의전화를 하는 회원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위철환 집행부에서 금융선진화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제안서에 언급된 바와 같이 제조업을 통한 경제발전의 한계를 실감하면서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서비스업 그 중에서는 금융의 선진화에 있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민족을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된다고 확신 하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2013년 2월 세계변호사협회(IBA) 상하이 국제회의에 참석한 변협 국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상하이가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하여 총력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본 제안이 태동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허브의 육성으로 대표되는 금융 선진화 사업은 모든 정부의 초기사업으로 추친되다가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여 흐지부지 되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도 고용창출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창조경제’ ‘금융한류’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변협은 금융 산업의 선진화가 그 핵심적인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창조’가 경제분야에 적용될 때는 문화분야처럼 기발하고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게임(fair play)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질서, 금융질서의 확립 즉, ‘경제민주화’ ‘금융선진화’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 문제의 심각성과 시간의 절박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창조경제나 경제민주화 정책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흐지부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변협이 인권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로, 청와대의 민정수석이 아닌 경제수석에게 면담신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변협은 한국경제신문이 지적한 따끔한 충고를 명심하면서 금융선진화를 계속 주장하고 나갈 것이다. 다른 언론에서도 충고해주고, 지지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한경과 같은 경제신문에서는 남의 분야가 아닌 바로 당신들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변협도 이번 제안이 일회성 제안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후속조치를 취해나갈 생각이기에 언론의 협조와 지지, 간혹은 따끔한 충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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