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2001헌가9등)은 한국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근간을 바꿔놓은 의미 있는 판결 중 하나로 꼽힌다.

호주제도란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에 가족집단을 구성하고,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남계혈통을 통해 대대로 영속시키는 제도로, 일본이 1909년부터 시행되던 민적법을 폐지하고, 1923년 7월 1일부터 일본식 호적제도를 시행하면서 한국에서 자리 잡게 됐다.

일본은 1948년 호주제가 양성평등에 기초한 새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민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삭제했지만, 한국에서는 1954년 민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일본 민법의 호주제 규정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후 1975년, 1986년, 1988년에 호주제도를 폐지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호주제 위헌심판은 2001년 4월 이혼녀 양모씨가 자녀를 본인의 호적에 입적시키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서부지원에 위헌제청 신청을 냈고, 서울서부지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기 전까지 8건의 위헌제청사건이 헌재에 접수돼 5차에 걸친 공개변론에서 폐지론자와 수호론자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 호주승계 순위, 혼인·자녀 등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함으로써 많은 가족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들이 위헌으로 되면 현행 호적법이 그대로 시행되기 어려워 신분관계를 공시·증명하는 공적기록에 중대한 공백이 발생하므로 호주제를 전제하지 않는 새로운 호적체계로 호적법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 조항들은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케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05년 3월 2일 호주제 폐지법안을 통과시켰고, 2008년 1월 호주제가 완전히 폐지됨에 따라 현재는 가족관계등록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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