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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경영상 해고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로자대표의 요건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shroh@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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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승인 2013.10.14  1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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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과반수 대표로서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1. 사건개요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상시 근로자 417명을 고용하여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 노동조합(이하 ‘원고 조합’)은 참가인의 근로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며(당시 원고 조합은 근로자의 50% 미만 조합원 가입), 원고 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원고 근로자들’)은 모두 참가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편 원고 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하여 왔다.

참가인은 2006. 12. 20 원고 조합에게 ‘누적 결손 및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통지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였고, 그 후 2007. 1. 9부터 같은 해 6. 7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원고 조합과 구조조정의 필요성, 해고 회피 방안, 대상자 선정 기준, 명예퇴직방안 등에 관하여 협의하였다. 참가인은 2007. 1. 3 원고 조합에게 구조조정 적정 규모가 100여 명이라는 취지로 통지하였다. 이에 참가인의 전체 근로자들 가운데 93.5%는 그 무렵 참가인에게 ‘기본급 10% 삭감, 법정 퇴직금 전환, 제1공장 조기 가동으로 고용 안정, 구조조정 최소화’를 요청하는 결의를 하였고, 원고 조합은 2007. 1. 9 참가인의 근로자들로부터 구조조정 협의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뒤, 같은 달 19일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현재의 근로조건을 사수하겠다’고 결의하였다.

참가인은 2007. 4. 11 원고 조합과의 협의에 따라 33개월분의 기본급을 지급하는 명예퇴직을 실시하였고, 이에 22명의 근로자들은 2007. 5월경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같은 달 31일 명예퇴직하였다. 한편, 참가인은 2007. 4. 11 원고 조합과의 협의에 따라 회사기여 측면(인사고과, 자격증, 포상 등)을 70%로, 근로자 생활보호 측면(근속기간, 부양가족 등)을 30%로 각 반영한 경영상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였고, 같은 해 6월 초경 위 선정 기준에 따라 전체 근로자 415명 중 근속 5년 미만자(근속 5년 미만자는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 등 21명을 제외한 나머지 394명을 평가하여 원고 근로자들 18명을 경영상 해고 대상자로 결정하였다. 참가인은 2007. 6. 20 원고 근로자들을 모두 경영상 해고하였다.

2. 판결요지
누적 적자에 의한 자본 잠식, 부채비율의 급증과 유동비율 급감에 의한 단기 지급능력의 약화 및 부채구조의 악성화, 경영판단의 잘못으로 인한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의 급증, 국제경쟁력 약화 및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 등의 원인에 의한 재무적인 어려움, 노사관계의 불안정, 잉여인력이 존재하는 조직의 비대 등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고, 해고 대상 인력의 최소화, 명예퇴직 처리 등을 통하여 해고 회피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였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였으므로 정리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정리해고에 관한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절차적 요건이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및 쟁점
경기변동과 경영악화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는 시장경제의 일반기업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량 조정은 개별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것이며,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규정, 즉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의 요건과 정당성 판단 및 부당해고 구제에 관하여 그동안 대법원이 정립해온 법리를 정리하고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다투는 내용은 ① 경영상 해고의 실체적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등에 관한 판단, ② 근로자대표의 요건, ③ 단체협약상 ‘사전 동의’의 해석 문제, ④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등이지만, 중요한 법적 쟁점은 경영상 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과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할 근로자대표의 요건에 관해서이다. 대상판결에 대해서는 각 논점에 따라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여기서는 지면의 제한으로 근로자대표의 요건을 중심으로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2) 근로자대표의 요건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에게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경영상 해고의 절차적 요건은 경영상 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경영상 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경영상 해고가 실시되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노동조합과의 협의 외에 경영상 해고의 대상인 일정 급수 이상 직원들만의 대표를 새로이 선출케 하여 그 대표와 별도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경영상 해고를 협의절차의 흠결로 무효라 할 수는 없다고 하여 과반수대표의 협의를 중요한 요건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이러한 판단기준에 서게 되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한다는 법정요건은 개별 근로자의 상호이익을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과정에서도 관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과반수대표 규정을 임의규정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경영상 해고에 관한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같은 취지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69393 판결).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한 근거로, ① 참가인과 사이에 12회에 걸쳐 이 사건 경영상 해고에 관하여 협의를 진행해 왔고, ② 그 과정에서 원고 조합은 물론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 어느 누구도 원고 조합의 협의 권한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③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도 참가인의 공고 내용, 위임장 등을 통하여 원고 조합이 참가인과 사이에 경영상 해고를 둘러싼 협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④ 원고들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야 비로소 원고 조합의 자격 유무를 다투기 시작한 사실, 또한 ⑤ 참가인의 대표이사로부터 구조조정 협의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본부장이 원고 조합과의 협의에 참석하여 원고 조합과 참가인 사이에서 12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에 관한 협의를 하고, ⑥ 원고 조합의 의견을 반영하여 경영상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을 조정하고 명예퇴직금 지급액수를 증액하는 등 실질적인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 사건에서 대상판결은 원고 근로자들이 모두 조합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노동조합이 실질적 협의에 임하였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대법원의 견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대표권을 부여받은 바 없는 소수의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한 사정이 있다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한 점은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 대상판결의 해석에 따르면 과반수대표라는 법정요건을 형해화시키고, 과반수가 되지 못하는 노동조합에 대하여도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여 조합원은 물론 전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이 해석을 통하여 과반수가 되지 못하는 노동조합에 대하여도 과반수 노동조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소수의 노동조합이 경영상 해고 과정에서 특정 조합원이나 비조합원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위험성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라는 점이다.

(3) 과제
근로기준법은 경영상 해고를 비롯하여,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을 규율한 제51조 내지 제62조의 규정 등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에 대하여 근로자대표의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여 조합원은 물론 전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에게 이와 같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근로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을 결정하거나 해고절차에 관여하여 전체 근로자 및 조합원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표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 요건으로 과반수를 대표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과반수가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실질적 협의’라는 사정이 존재하면 협의의 주체로서 대표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대표적 지위를 가진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였고, 조합원 및 비조합원의 해고를 결정함에 있어 회사측과 성실한 교섭으로 협의하였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형성에서 배제되는 비조합원 등 개별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대항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 또한 과제이다. 경영상 해고가 해당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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