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채무 금액이나 이율, 변제기 등 일부 백지상태의 위임장을 보충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의 작성을 촉탁한 경우, 위임장의 백지보충된 부분이 정당한 보충권한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라는 점을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하여야 하는지 여부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다100923 판결

사실관계 : 원고1은 피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했고, 이자 등을 연체하여 피고의 요구에 따라 차용원금의 2배가 넘는 금원을 차용금으로 하는 지불각서를 작성·교부했는데, 거기에는 이율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고 변제기란은 공란으로 돼있었다. 이어 피고는 원고에게 위 지불각서에 관하여 공증을 하려고 하니 위임장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원고는 공증사무소에서 사용하는 위임장 용지에 채무자와 연대보증인 및 차용금액란에만 내용을 기재하고 차용일, 이자, 변제기일 부분은 공란으로 둔 채로 위임인란에 각자의 인장을 날인하여 작성한 위임장을 피고에게 교부했다. 이후 피고는 위 위임장에 근거하여 채권자 본인 겸 채무자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공정증서의 작성을 위임하면서 원고로부터 받은 위 이 사건 위임장에 공란으로 있던 부분 중 대차일과 변제기한을 임의의 날짜로 기재하고, 이자 및 연체이자는 40%로, 변제기한과 위임일자도 임의로 기재하여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했고, 그 내용에 따라 이 사건 공정증서도 작성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위임장에 나타난 원고들의 인영 부분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위임장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달리 원고들 주장의 위조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이 사건 공정증서는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작성한 것이라면 보충된 공정증서 내용대로 약정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위 공정증서 내용에 따른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재판요지 : 일반적으로 문서의 일부가 미완성인 상태로 서명날인을 하여 교부한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므로 그 문서의 교부 당시 백지상태인 공란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사후에 보충됐다는 점은 작성명의인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문서의 내용 중 일부가 사후 보충되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된 다음에는 그 백지 부분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되었다는 사실은 그 백지 부분의 기재에 따른 효과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해 타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대리권을 수여하는 내용의 위임장 등이 작성된 경우 그에 의하여 위임한 행위의 내용 및 권한의 범위는 위임장 등 문언의 내용뿐 아니라 그 작성 목적과 작성 경위 등을 두루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위임장 등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가 백지인 상태로 교부된 후 수임인이 그 위임사항의 내용을 보충하여 기재한 경우라면 그것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하여 보충된 것이라는 점 역시 수임인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

판례해설 : 처분문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 사람의 인장임이 그 사람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되고, 일단 날인의 진정이 추정되면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까지도 추정된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1다684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작성명의인이 문서를 교부할 당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백지상태의 공란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사후에 보충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백지 부분이 정당하게 위임받은 권한에 의해 보충됐다는 사실은 그 백지 부분의 기재에 따른 효과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실제 거래계에서는 사채업자 등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공정증서로 작성하면서 채무자로부터 공증을 위한 백지 위임장을 받아 놓고 사후 임의로 고액의 원리금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고, 위 위임장을 이용해 작성받은 공정증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돼 법원 판결에서도 공정증서 내용대로 사채업자 등의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위와 같은 백지상태 위임장을 교부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위임장에 사후에 기재된 채무의 금액이나 이율, 변제기 등이 사전에 그 내용대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거나 채권자가 보충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인정할 것은 아니고, 채권자가 별도로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함으로서 이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구제하고자 한 것이다.

 



토지와 함께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함에도 등기부에 멸실의 기재가 이루어지고 이를 이유로 등기부가 폐쇄된 후 토지에 대하여만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여부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108634 판결

사실관계 : A는 자신의 소유이던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주택에 관하여 금융기관에게 공동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위 지상 주택에 관하여는 그 이후 건물이 멸실되었음을 이유로 멸실등기가 마쳐졌으나 실제로는 멸실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금융기관은 이후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B가 토지를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원고는 B로부터 위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한편, A의 배우자이던 피고는 협의이혼을 하면서 위 주택을 소유하기로 재산분할협의를 하여 현재 위 주택을 점유하고 있었다. 토지소유자인 원고는 건물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건물철거 및 대인인도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법정지상권 항변을 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주택이 실제로 멸실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토지 및 주택에 관하여 공동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 및 주택 각각의 교환가치 전부를 담보로 취득한 금융기관으로서는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멸실등기가 마쳐짐에 따라 이 사건 제토지의 교환가치에서만 담보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경매로 소유자가 달라지게 되었다는 근거로 이 사건 주택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의 가치만큼 감소된 교환가치만을 담보로 실현할 수 있는 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이 사건 주택의 교환가치에 대해서는 이를 담보로 취득할 수 없게 되는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므로 비록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에 따라 개시된 경매로 인해 이 사건 토지 및 주택의 소유자가 달라지기는 하였지만, 이 사건 주택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재판요지 :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은 저당권 설정 당시에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건물이 저당권의 실행에 의한 경매로 인하여 각기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에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이는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었으나 그 중 하나에 대하여만 경매가 실행되어 소유자가 달라지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위와 같이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되어 두 건물 사이의 동일성이 부정되는 결과 공동저당권자가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면, 공동저당권자의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토지와 함께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달리 등기부에 멸실의 기재가 이루어지고 이를 이유로 등기부가 폐쇄된 경우, 저당권자로서는 멸실 등으로 인하여 폐쇄된 등기기록을 부활하는 절차 등을 거쳐 건물에 대한 저당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저당권자가 건물의 교환가치에 대하여 이를 담보로 취득할 수 없게 되는 불측의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그 후 토지에 대하여만 경매절차가 진행된 결과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게 되었다면 그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한다 할 것이고, 단지 건물에 대한 등기부가 폐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건물이 멸실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

판례해설 : 대법원은 공동저당권자의 담보가치 파악에 관한 ‘기대’ 및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 공동저당권자가 입게 되는 ‘불측의 손해’를 이유로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신축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3. 12. 18.선고 98다43601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1. 14.선고2009다66150판결 등 참조).

그러나 토지와 함께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건물이 그대로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달리 등기부에 멸실의 기재가 이루진 경우에는 저당권자가 건물의 교환가치에 대하여 이를 담보로 취득할 수 없게 되는 불측의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건물이 멸실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지상 건물이 등기부에 멸실 기재가 이루어지고 등기부가 폐쇄된 이 사건의 경우를 건물이 멸실된 후 신축된 경우와 달리 취급한 것은 저당권자의 기대 내지 의사를 고려하면서 건물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달성하려고 하는 법정지상권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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