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헌재 국선대리인이다

“해냈어! 위헌이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미결수와는 다르게 변호인 접견실이 아니라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만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도록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내가 바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2011헌마122)의 국선대리인이었기 때문이다.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되다

지난 2011년 3월 29일 나는 헌재로부터 위 2011헌마122 헌법소원사건의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됐다. 이 사건은 공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서모 씨가 신청한 것으로, 변호사 강제주의를 취하고 있는 헌법소원사건에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자력이 없었기 때문에 헌재는 국선대리인단에 올라 있던 나를 서모 씨의 국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공주교도소에 접견을 가다

그 무렵 국선대리인 선임결정문을 송달받은 나는 4월 15일 한나절 시간을 내서 공주교도소를 방문, 청구인인 서씨를 면담했다. 그는 이제 갓 30대 초반의 남자인데, 성폭력특별법위반으로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아 수형 중이었다. 앳된 얼굴의 젊은이가 중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2009년 대구지방법원에서 선고받은 형이 확정되어 경북 청송에 있는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서 복역을 하던 중, 2010년 12월 8일 공주교도소로 이감되었다고 한다. 이감 과정에서 공주교도소가 교도소 보안 등을 이유로 알몸 검사 등 수용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하자, 그는 이에 반발하면서 수형자에 대한 신체검사가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수용자신체검사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2010헌마775).

그는 2011년 2월 그 사건의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와 접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은 교도소장의 위법한 처분에 관한 소송이므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녹음녹화 접견실이 아닌 변호인 접견실에서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그는 기결수에 대한 변호인 접견실에서의 변호사 접견을 금지하고 있는 형의 집행 및 수형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41조 등의 규정이 수형자의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인 접견교통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국회 도서관까지 뒤지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위 헌법소원 사건에 관한 자료 수집과 서면 작성에 돌입했다. 백방으로 기결수의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사 접견권에 대한 논문을 수집했으나, 생각보다 깊이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자료조차 법원도서관에 있지 아니하여서, 부득이 국회도서관 자료를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이승호 교수님(건국대 로스쿨)의 ‘수형자와 변호인의 접견교통’ 등 알토란같은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손에 넣은 각종 논문을 한 장 한 장 읽어 가는 과정에서 나는 마치 아침 햇살에 짙은 가을 안개가 걷히듯 이 사건에 관해 “그래! 이건 위헌이야!”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결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기운찬 어조의 서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사건에 관한 연구 과정에서 독일과 미국은 이미 명시적으로 수형자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독일은 행형법에서 ‘수형자의 법률사건에 관계하는 변호인 및 공증인의 수형자 접견은 허용되어야 한다(행형법 제6조)’라고 규정하여 수형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수형자의 변호인과의 문서수발은 검열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해서 수형자와 변호인 간의 서신왕래 형태의 교통도 검열대상에서 제외한다.
미국 또한 28C.F.R. 543.12.에서 ‘구금시설 관리자는 수용자에게 변호인과 접촉하고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28 Code of Federal Regulation 543.12)’라고 규정하여 모든 구금시설에 수용된 자들에게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인정하고 있다.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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