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유감 … 대한변협, 법원에 시정요구 “절차 간소화 해달라”

대법원은 지난해 9월 1대당 6000만원 상당의 독일제 X레이 소지품 검색대 18대를 구입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서울법원종합청사 등지에 들여놨다. 가방을 소지한 모든 법정 출입자에 대해 X-레이 검색을 실시하는 한편, 출입구에 배치된 청원경찰의 수를 2배로 늘렸다.

이 같은 조치는 ‘법원조직법’ 제55조의2 제3항, ‘법원경비관리대의 설치, 조직 및 분장사무 등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 또는 법원청사 안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의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청사 출입자의 검색(이에 필요한 검색장비 사용 포함)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검색과 관련해 어떠한 종류의 공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X-레이 검색대(종전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음)를 거치도록 해 하루에도 수차례 법정을 찾는 변호사의 소지품이 하나하나 검색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변호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핸드백까지 무조건적으로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하고 있어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한편, 사생활 침해가 야기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더군다나 이러한 검색은, 법정 출입시 소지품 검사 등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검사에 비해 상호 대등한 상황에서 법정 다툼을 해야 하는 변호인들을 위축되게 만들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지품 등의 X-레이 검색을 요구하는 청원경찰의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검색을 받아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해 달라는 민원인이나 변호사에게 그 사유를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매우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로 검색대 통과만을 강요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월 대한변협(협회장 위철환)은 대법원과의 제25차 정기 간담회에서 “각급 법원에서 갑작스러운 검색대 통과 요구로 변호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법정을 드나드는 변호사들이 변호사 배지를 착용하거나 신분증 제시 등을 통해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색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검색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서는 변호인을 일반인과 다르게 우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나, 검사들의 경우 아예 출입구가 다르고 어떠한 검색이나 제지도 받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변호인들에 대한 이러한 검색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9월 2일에 있었던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간담회에서도 변호사 배지나 신분증을 제시했을 때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내의 검색 업무는 서울고등법원에서 관장하고 있고, 서울고등법원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변호사 신분이 확인되는 경우 문형 금속탐지기를 통한 검색만 실시하고 가방 등 휴대품 검색은 생략할 수 있으나, 소형화물투시기가 설치된 검색대(X-레이 검색대)는 가방 등 휴대품을 예외 없이 검색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면서 “서울회의 이 같은 의견을 서울고등법원에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과의 간담회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X-레이 검색대 문제와 관련해 변호사임이 밝혀졌을 경우 검색 절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고, 이외에도 민사 조정절차의 부적절한 운용 및 항소심에서 변론권 침해와 관련하여 증인채택이나 심리 불충실 종결 등으로 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공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상호존중의 간담회 이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논의되었던 문제점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노영희 수석대변인은 “오히려 변호사 감치 문제 등으로 변협과 법원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처럼 비춰져 유감스럽다”면서  “법원은 변호사들의 요구 사항을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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