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축소왜곡한 교과서 심의 통과 …
역사교과서 서술은 정치적인 다툼이나 갈등서 자유로워야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기술을 축소·왜곡한 교학사 간행의 고등학교 한국사의 검정심사를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단원은 뉴라이트 성향인 한국현대사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가 대표집필했는데, 이 교과서에는 “일제는 1944년 여자 정신 근로령을 발표하고 12세에서 40세까지의 여성들을 침략전쟁에 동원하였다. (중략) 일부 여성들은 중국·동남아 일대·필리핀 등지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당하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위안부는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적욕구 해소를 위해 강제로 동원된 여자들로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본이 점령했던 각 지역의 여성들이 그 대상으로 되었던 것인 반면, 여자 정신 근로령에 근거하여 동원된 피해자들은 여자 정신대라고 불리는 근로정신대로서 위안부와는 다르다. 즉 이들은 일본정부에 징용되어 노동을 강요당한 여자들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위안부가 여자 정신 근로령에 근거해 동원됐다고 알고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교과서는 그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선인 친일 협력자로 알려진 김성수와 최남선의 활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서술해 친일행위를 합리화하고, 5·16 쿠데타를 미화, 5·18민주화운동 등에 왜곡된 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역사 왜곡과 잘못된 역사관이 자라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 집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실제 이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324쪽)”라고 기술하여 5·16 쿠데타 전반을 긍정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을 미화하여,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은 해결되었다”라고 당초 기술했다가 수정 권고에 따라 이 부분을 ‘일부 배상’으로 고쳤다고 한다. 한일협정으로 배상이 해결됐다는 주장은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들이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것이다.

성균관대 사학과 정백현 교수는 “독일은 분단국가로서 정치적인 입장은 다양했지만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다”며 “역사교과서의 서술은 정치적인 다툼이나 갈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한변협 산하 일제피해자인권 특별위원회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2010년 6월 21일 ‘제1차 한일공동심포지엄’을 통해 일제 피해자 권리문제를 환기시킨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1일 ‘제2차 한일 공동심포지엄’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연행 강제노동 문제’ ‘그 외 미해결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에는 대법원에서 “일제 피해자 개인들의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올해 7월에는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에서 일제 강제연행 노동자들이 신일본제철과 미쯔비시 중공업 등 일본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 1억원과 8000만원을 배상 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대한변협 민경한 인권이사는 이와 같은 역사 왜곡 교과서 편찬에 대해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라며,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역사관을 정립해야 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왜곡 기술된 역사교과서가 버젓이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철환 대한변협 협회장도 “특히 한일 간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및 정신대 문제에 대해 교과서 편찬자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알지 못하고 교과서를 저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한변협은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의 활동을 더욱 강화해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 잡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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