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국제협약중 하나로 ‘민간군사보안업체’를 위한 국제협약이 있다. 민간군사보안업체(Private Military Security Com pany, 이하 PMSC로 약칭)란 대가를 받고 군사·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속칭 용병이 여기에 해당된다.

476년 서로마를 멸망시켰던 용병이 지금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계속 증가하고 있음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시기인 2009년에 정규군이 24만명인데 비해 용병은 무려 28만명에 육박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PMSC 시장규모는 1990년 330억불, 2006년에는 1000억불, 2010년에는 2000억불로 계속 확대 추세라고 한다.

왜 현재 흥왕하고 있는 한 산업이 국제적인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무력사용을 수반한다는 PMSC의 본질적인 성격과 국가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인도적 측면이 감소되는 민간인에 의해 전쟁수행이 이뤄진다는 PMSC의 구조적인 성격에서 비롯된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2007년에 발생한 PMSC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건이다. 2007년 9월 16일 이라크에서 미국의 PMSC인 블랙워터 소속원들이 국무부 고위관리 차량을 경호하던 중 무차별로 사격하여 민간인 10여명이 사망하였다. 블랙워터 측에서는 총격을 받은 뒤 정당방위로 응사했다고 주장했으나 근거없다는 반대 주장이 많았으며, 후에 이들에게는 미군정 최고행정장관의 포고령으로 민·형사상 면책특권까지 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리고 이라크 아브그레이브 수용소의 수감자 성고문 및 학대 사건에도 PMSC가 관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PMSC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의 심각성에 깊은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5년 6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용병에 관한 실무그룹’이 설치되고 2011년 5월에는 실무그룹이 제안한 협약 초안을 중심으로 제1차 정부간 실무회의가 실시된 바 있다.

협약안은 일반원칙, 각국의 규제입법 조치, PMSC의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책임, 국제적 통제수단 마련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원칙적인 내용으로, 정부전복, 민간인공격 등과 관련된 군사작전에 PMSC의 참여가 금지된다. 국가의 규제 조치와 관련하여, 국가는 PMSC에 대해 일반 기업과는 별도의 등록시스템을 만들어 특별관리해야 한다.

국가의 책임과 관련하여, PMSC의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는 해당 업체에 대해 민형사, 행정적 제재를 가할 책임이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PMSC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통제장치로서 PMSC 감시위원회를 설치한다. 국가는 위원회에 PMSC 등록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PMSC와 계약한 국가도 그 현황을 알려야 한다. 

협약안에 대한 각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어떠한가? PMSC의 80%가 설립되어 있는 미국, 영국, EU 등은 PMSC의 개념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점, 각국의 법체계가 상이한 점, 국제협약이 아닌 국내법이 효율적인 규제수단일 수 있는 점을 들어서 협약 제정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국, 파키스탄, 이집트 등은 PMSC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의 증가, 관련 지침(Montreux Document)의 비실효성을 들어 협약 제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PMSC 산업 주도국과 제3세계와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2년 8월에 있었던 제2차 정부간 회의에도 재연되었고, 금년 8월에 예정된 제3차 정부간 회의는 12월로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큰 이상, 단일화된 국제적 의사가 결집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자체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이제는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국제적인 논의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 이에 따른 인권개념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 최소한 국가의 공권력을 대신하는 기업의 작용에 대해서 만큼은 국제인권규범의 규제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PMSC에 해당되는 업체가 설립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로서도 인권 측면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이제는 이에 대한 관심과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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