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재산 총액이 적극재산 총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지 여부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관계

A(여)는 남편 B가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반소로서 남편 B를 상대로 이혼과 함께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 1, 2심 법원은 이혼과 함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 B에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하였으나, A의 재산분할청구는 “두 사람의 재산 총액 1억9000만원에서 A가 빌린 대출금 채무 등과 남편 B의 빚 2억3000여만원을 빼면 남는 금액이 없다”며 A의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재산분할이 가능하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 판결을 하였다.
 
판례해설

종례 대법원 판례는 부부의 일방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대법원 2002. 9. 4.선고 2001므718판결, 1997. 9. 26. 선고 97므933 판결 등).

그런데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것이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부합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다만,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되므로, 재산분할에 의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그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밝혀 둔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 민법이 채택한 재산분할청구권이란, 비록 상대방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으나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인의 실질적인 기여를 인정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될 때 상대방 배우자에게 그 재산에 대한 권리 이전을 요구하거나 그 권리에 상당하는 대가, 즉 대상(代償)으로서 금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볼 것이고, 재산분할청구권의 개념을 이와 같이 이해한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은 상대방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이 존재하고 그 재산이 혼인생활 중에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필수불가결한 전제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부부의 채무액이 총 재산가액을 초과하여 혼인생활 중에 형성된 공동재산이 없는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다면,이는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과 대상을 오해한 것이라는 소수 반대의견도 있었다.

재산분할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청산적 요소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나아가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 보장을 배려하는 부양적 요소는 물론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급부로서의 성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6. 29.선고 2005다 73105판결 참조). 또한 부부의 노력으로 취득·유지한 자산과 부담하게 된 채무를 이혼 상황에서 빚이 적극재산보다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재산분할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 재산 형성 과정의 실제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그 채무명의 대로 떠안고 헤어지라는 것으로서 공평이나 실질적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적극재산 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더라도 부부 재산 형성 과정의 세세한 사정을 심리·검토하여 상대방에게 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등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 볼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겠다는 위 대법원 판결은 취지를 매우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모든 경우에 재산분할청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한 분할 귀속되게 한다는 취지도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경우의 구체적인 재산분할 형태에 대하여 이후 하급심 판결과 학자들의 다양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부모 일방이 배우자 동의 없이 미성년 자녀를 해외로 데려갔을 경우의 형사처벌 여부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해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사실관계

베트남 국적 여성 A는 한국인 남편 B와 결혼에 이듬해 아들을 출산하였는데, 남편과 시댁에서 자신을 베트남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하자 남편 B가 직장에 출근한 사이 생후 13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항공편으로 출국하여 아들을 베트남 친정에 맡긴 후 아이의 양육비를 벌기 위하여 한국에 혼자 입국하였다가 아들을 베트남에 데려간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하여 1, 2심은 “남편과 사전 협의 없이 아들을 베트남에 데리고 간 행위는 남편의 감호권을 침해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미성년자인 아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판례해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이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아니하고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그 미성년자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켰다고 볼 수 없는 행위에 대하여까지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문언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갔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친권자의 유아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민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그뿐 아니라 유아로서도 다른 공동친권자로부터 보호·양육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강요당하게 되어 유아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게 될 것이므로 그 점에서도 위법성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덧붙여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반하여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다수의견을 지지한다. 현재 우리사회, 특히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본 사안과 같이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한 행정적, 법적규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한 보호·양육권자로서 종전부터 직접 자녀를 보호·양육하여 온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상대방 부모와의 협의, 가정법원의 결정 등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하고 자녀를 데리고 사는 곳을 옮겨 그 보호·양육을 계속하는 행위를 형법상 약취행위라고 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문언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미성년자녀를 데리고 출국해 버리는 문제에 대하여서는 처벌법규 신설이나 출입국 제한 등 입법적·행정적 노력과 외교적 노력 등 종합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와 형사정책적 문제를 형벌 법규의 유추해석이나 가벌성 확장 방법으로 해결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