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56%, 항소심 조기 결심으로 인한 변론권 침해 경험
대한변협 설문조사·심포지엄 개최 … 대처매뉴얼 제작키로

지난달 28일 오후 4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소송지휘권에 의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의 제한과 그 한계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 (좌측부터) 박진영 교수, 이광수·채상국·송인보 변호사, 이완근 교수,민경한 변호사, 오시영 교수, 오지원 변호사
대한변협 위철환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 및 7월 서울고등법원 감치재판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대한변협과 법원행정처가 힘겨루기라도 하는 듯 취지를 왜곡하여 보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재판장들의 과도한 소송지휘권 행사에 따른 부적절한 변론권 침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이 규정하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할 수 있어 협회 차원에서 그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대한변협 송인보 부협회장이 사회를 맡았고, 대한변협 채상국 회원이사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완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그리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진영 교수,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오시영 교수, 오지원, 이광수, 민경한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대한변협에서는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에 토론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법원행정처에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보 부협회장(사진 가운데)이 심포지엄 개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채상국 회원이사는 심포지엄 개최에 앞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소심에서 조기 결심으로 인해 변론권을 침해당했다고 응답한 변호사들의 비율이 56%에 달했다고 보고하고 그와 관련한 실제 사례를 다수 공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제1 발제를 맡았던 이완근 교수는 “질서유지권인 법정경찰권도 광의의 소송지휘권의 일환으로 적법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소송지휘권 행사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법정경찰권을 발동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토론에 나선 오시영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이 “법원의 우월감, 재판장의 개인적 능력, 소송지휘권의 통제 수단 부재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관, 변호사에 대한 교육, 법관에 대한 상시평가제도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전직 판사 출신인 오지원
변호사 역시 “소통보다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법원 내부의 분위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변협 민경한 인권이사는 법관들의 신속한 재판 종결 경향, 우월의식, 권위적인 재판 진행 및 업무 과중에서 오는 초조감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고 그 대안으로 “법관의 과도한 업무부담 경감, 공판 중심주의와 구술 심리주의의 실질적 구현 강화, 시민들에 의한 법정 모니터링 강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질의응답에 참여한 변호사들의 열기도 매우 뜨거웠다. 특히 한 중견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속심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후심제도로 운영되어 변호사들의 변론권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자신을 38기라고 밝힌 한 변호사는 “항소심 소송대리 중 조기에 변론이 종결된 사건의 경우, 대형로펌이 선임된 경우와 중소 로펌 및 개인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로 나누어 확인 가능한지” 등을 물으면서 사실상 항소심에서의 변론에 있어 전관예우나 대형로펌 위주의 법률문화라는 부작용이 개입된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대한변협은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감치명령에 대한 변호사들의 대처매뉴얼을 완성하여 회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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