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시장의 획정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757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국내에 甲자동차 독점수입업체와 딜러계약을 체결하고 위 자동차의 판매 및 정비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자들로 가격할인 제한, 선계약 우선원칙 준수, 기타 거래조건 등을 합의하고, 이러한 합의를 실행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관련 시장은 최소한 甲자동차와 대체관계에 있는 수입승용차 및 국산 고급승용차 시장 전체로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의 관련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원고들의 수입승용차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합계인 약 15%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불과하여 시장지배를 할 수 있는 정도에 달하였다고 보기 어렵우므로, 이 사건 원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였다고 판단다하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2. 판시내용
대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경쟁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 일정한 거래분야에 관하여 거래의 객체인 관련상품에 따른 시장(이하 ‘관련상품시장’이라 한다)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며, ‘관련상품시장’은 거래대상인 상품의 기능 및 효용의 유사성, 구매자들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와 관련한 경영의사 결정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6793 판결 등 참조). 본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증거만으로는 甲자동차가 다른 수입 승용차뿐만 아니라 국산 고급 승용차와 대체관계에 있다는 점 및 관련상품시장을 甲자동차로 한정해야 하는 이유 내지 근거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3. 판례의 의의
본 사안과 유사사안(2012. 4. 26. 선고 2010두18703 판결)에서 당사자들은 가격담합의 경우에 관련시장 획정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위 쟁점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상품시장을 반드시 획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본 사안의 의의가 있다. 또한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으므로, 관련시장을 甲자동차로 한정하여야 하는 이유 내지 근거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하였고, 원심이 시장획정의 근거로 삼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의 효과 분석 자료, 국내 승용차 판매추이, 국내 수입자동차의 브랜드 별 등록 자료 등은 관련시장 획정을 입증하는 증거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행정지도에 따른 부당성 인정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26117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화물자동차 운송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1997. 7.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유가격이 인상함에 따라 차주들의 운송수입이 감소하게 되자, 2003. 2. 10.경 대규모집회를 개최하고 전면파업에 돌입하였다. 정부는 화물운송료의 지급현황 파악 및 적정 운송료 형성유도를 도모하기 위하여 건교부, 산자부, 노동부와 화주, 운송업체, 차주단체 등이 참여하는 화물운송료지원협의회를 구성하고, 컨테이너 평균 13% 인상지급의 조속한 이행에 협조할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들은 2003. 6. 19. 컨테이너 육상운임의 적용과 관련하여 건교부에 신고한 컨테이너 운송요율의 100%를 운송비로 수수하고, 자가운송분에 대하여 운송관리비를 징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립하며, 원고들 및 소외회사들 외 일정규모 이상의 운송업체들에 대한 참여장치를 강구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이행협약서를 작성하고, 2003. 11.말경 건교부가 확정한 운임표를 기준으로 실제 운임적용률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행위사실 1). 또한 원고들은 2003. 6. 19.자 공정거래이행협약서 중 자가운송분에 대하여 운송관리비를 징수하기로 한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수차례 모임을 갖고, 2003. 10.경부터 각 지역별 운송관리비를 징수하기로 합의하였다(행위사실 2).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하여 2003. 6. 19.자 합의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조치와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들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원심은 원고들의 이 사건 합의는 화물연대의 파업사태를 기화로 원고들이 공동으로 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가격 등에 관한 합의를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고들 및 소외 회사들이 화물운송 시장에서 상당한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점, 컨테이너 전용장치장 운영분야에서 원고들 및 소외 회사들이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운송관리비의 징수를 통하여 자가운송업자의 가격 경쟁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판시내용
대법원은 사업자들의 공동행위가 법령에 근거한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합하게 이루어진 경우라든지 또는 경제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인하여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큰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본 사안의 경우 원고들 및 소외 회사들이 화주로부터 지급받는 컨테이너 운임의 적용률을 인상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화물연대의 요구사항 중의 하나인 하불료를 인상해 주기 위하여는 원고들이 화주들로부터 받는 운송료가 인상되어야하는 등 어느 정도의 수익 증가가 원고들에게 필요하다고 보이는 점, 우리나라 육상화물 운송시장의 특성상 하불료는 지입차주들의 소득과 직결되어 있어 정부가 컨테이너 운임의 덤핑을 방치할 경우 출혈가격경쟁이 발생하여 이로 인한 전국적인 산업 분규, 물류의 차질 및 교통안전 위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추가되는 사회적 비용은 육상화물 운송시장에서의 가격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에 비교하여 적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친경쟁적 효과가 매우 커 공동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 하였다.

3. 판례의 의의
대법원은 행정지도에 의하여 촉발된 담합이라는 사업자들의 항변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입장이고, 이러한 태도는 최근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375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10471 판결 등). 행정지도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이로 인해 담합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으며, 또한 이를 계기로 사업자들이 가격 등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특히 사업자들에 대해 빈번하게 행정지도가 이루어질 경우 사업자들은 행정지도 준수를 이유로 공동으로 행동할 유인이 늘어나게 되고, 부당한 공동행위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본 사안은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과 친경쟁 효과가 매우 큰 경우 공동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로,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문제된 합의가 행정지도에 따른 적용제외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정들을 종합하여 부당성 판단의 기준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리니언시 불인정통보의 처분성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두3541 판결)

1. 사실관계
甲주식회사와 乙주식회사가 공동으로 건축용 판유리 제품 가격을 인상한 후 甲회사가 1순위로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신청을 하고 乙회사가 2순위로 감면신청을 하였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甲회사는 감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면불인정 통지를 하고 乙회사에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확인을 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감면불인정 통지가 甲회사에게 어떠한 권리나 의무를 설정하거나 그 법률상 이익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판시내용
대법원은 어떠한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상대방에게 권리 설정 또는 의무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며, 어떠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지는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본 사안에서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감면 신청인이 고시 제11조 제1항에 따라 자진신고자 등 지위확인을 받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감경 또는 면제, 형사고발 면제 등의 법률상 이익을 누리게 되지만, 그 지위확인을 받지 못하고 고시 제14조 제1항에 따라 감면불인정 통지를 받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률상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되므로,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의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감면신청에 대한 감면불인정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乙회사에 대한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확인이 취소되더라도 甲회사가 乙회사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고, 甲회사에 대한 감면불인정의 위법 여부를 다투어 감면불인정이 번복되는 경우 1순위조사협조자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甲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乙회사에 대한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확인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3. 판례의 의의
자진신고 감면제도는 담합 적발을 위한 제도로 1순위로 자진신고를 하여 그 지위를 인정받으면 과징금 전액 면제, 형사고발 면제의 혜택을, 2순위 지위를 인정받으면 과징금 반액 면제, 형사고발 면제의 혜택을 받게 된다. 본 사안 이전에는 감면불인정통보의 처분성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자진신고감면신청을 하였으나 감면불인정통보를 받은 신청인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과정에서 감면불인정통보의 위법·부당성을 다투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 의결이 나온 이후 해당 처분의 위법을 다투면서 불인정통보에 대해서도 함께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러나 자진신고인은 감면불인정통보를 받으면 자신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부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전원회의에서 자진신고자의 지위에 대한 우호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포함하여 후속 절차 진행과정 내내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계속하여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입장에 놓이게 되어 감면불인정통보를 받은 사업자의 권리구제가 미흡하였다.  본 사안은 이러한 사업자의 법률상 불이익을 인정하여 자진신고자의 새로운 권리구제방법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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