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여성은 늘 아프다’ 이 말은 어느 의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고 학문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 문구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렇기는 하지만 중년의 여성들을 치료해 본 의사라면 아마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전공이 근골격계의 종양학이다 보니 드물지만 중년의 여성 가운데 몸은 너무 아픈데 도저히 원인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하면서 혹시 암이 아닐까 싶어서 왔다는 분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중년의 여성은 늘 아프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환자들과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 을 통해서 느낀 것은 많은 중년의 여성들이 실제로 불편감을 느끼지만 그러려니 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중년의 여성 - 여기서 말하는 중년이라 함은 폐경을 맞은 여성을 말함 - 은 퇴행성 질환의 단계로 접어드는 사람들이다. 관절도 조금씩 퇴행성 변화가 오고 눈은 이미 노안이 시작된 지 오래고.

동창회에서 여자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이들 교육과 건강 문제를 많이 거론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반면에 남자들은 교육과 건강이 아닌 아직도 사업 이야기를 하거나 은밀하게는 십대 아이들 마냥 여자 이야기를 한다. 왜 이렇게 다를까? 남자들은 중년이 되도 여성들처럼 아프지는 않는 것인가? 남자들이야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여자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는다고 하니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말 아프지 않는 것일까? 남자도 중년이 되면 여기저기 문제는 생기지만 분명 여자들보다는 아프지는 않다. 심각한 문제는 훨씬 더 많이 안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불편함은 덜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중년의 여성들이 유독 이러한 불편감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딱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단언하는가 하면 정형외과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에게서 이미 진통제 처방은 수도 없이 받았지만 여전히 너무 아프다고 하던 분들도 약간의 스테로이드라는 호르몬 제제를 사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희한한 일이다. 폐경이 되면서 단순하게 여성 호르몬의 감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 무렵의 여성은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인간에서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전환되는 격변의 시기를 겪게 되는데 이 때 근골격계에 이런저런 증상들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예전에도 빨래 좀 하면 힘들었지만 폐경기 무렵에는 과거에 힘들던 느낌의 몇 배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당황하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폐경이 돼서 우울한데다가 몸까지 아프니 이건 뭐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아프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 둘러보니 이미 온 몸바쳐 보살펴 온 자식들은 제 갈길 가느라 바쁘고 얼굴도 보기 어렵다. 남편은 아이들 키우면서 방치한 탓에 이미 남처럼 된지 오래된 터라 이야기도 안통하고 같이 뭘 할 거리도 없다.

그런데 폐경 무렵에 우연하게 달리기를 시작하는 분들이 있는데 하도 달려서 얼굴이 병자처럼 여위었는데도 살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여기에 팁이 있지 않을까? 달리기를 하면 폐경 증상이 사라지나? 그럴 리가 있나? 단순히 운동을 하면 좋아진다면 늘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좋아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냥 내 개인의 생각인데 이런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오래 달리기를 하면 보상을 하게끔 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엔돌핀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빨리 달릴 수 없지만 그나마 오래라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엔돌핀이라는 보상을 통해 훈련을 한 것 같다고 하는데, 오래 달릴 때 기쁨을 느낄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하던가? 달리기를 통해서 엔돌핀이 분비되면 고통을 야기한 원인인 호르몬의 감소를 능가하는 막강한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살 것 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죽어라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느낌 아니까~. 인간에게는 이처럼 건강한 인류로 생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열정을 갖도록 설계를 한 것이 있다. 사실 폐경의 여성이 폐경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더욱 좋은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남편이라는 이성으로 부터의 사랑이면 최상이고 그 외에 집중할 수 있는 연애의 대상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가 가능한 것이다. 달리기도 좋고 모든 취미 활동이 해당될 수 있다. 다만 몰입해야만 가능하다. 외국 영화를 보면 중년의 부부가 부부간에 사랑을 확인할 수 없어 그 자체만으로도 이혼을 하는 경우를 보는데 사실은 중년에 더욱더 부부간의 사랑이 존재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시름시름 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삐딱하게 생각해 보면 바람 난 아내는 어쩌면 생존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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