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입법활동이다. 그리고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특성상 입법과정의 꽃은 바로 상임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국회법 제40조는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있으나 임기 동안 하나의 상임위에서 계속 활동할 수도 있다.

나는 임기 개시와 함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을 다루며, 국회 내에서는 이를 줄여서 농해수위라고 부르고 있다)와 국회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 시절의 주요 활동 영역을 고려하여 노동(환경노동위원회)이나 교육(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을 선택할까 고민했었지만 우리 지역의 현안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사회적 약자인 농민과 농촌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위원회를 최종 선택하였다. 농해수위는 약자인 농어민을 대표하는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야가 한마음이 되어 정부부처의 실정, 특히 농어민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 정책을 질타하는 경우도 많은 독특한 위원회이기도 하다.

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된 법안은 그 내용에 따라 각각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되는데 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위원회상정, 제안자 취지설명, 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소위원회 심사보고, 축조심사, 찬반토론, 의결(표결)순서로 심사한다.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내용에 대해 가장 심도 있는 심사가 이루어지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임위의 심사 결과가 본회의에도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법안이 상임위에서 의결되면 그 내용이 많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상임위를 입법과정의 꽃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해수위에 있는 세개의 소위원회(법률안심사소위원회, 예산안 및 결산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가운데 나는 법안소위 위원이다. 법안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물론 법률의 체계, 문구 등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소위원회이기 때문에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지식이 매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입법활동을 하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법률가로서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6월 국회에서 농식품부가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의 조정계수에 수입기여도를 반영한 것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이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FTA이행으로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가격 하락의 피해를 입은 품목에 대하여 해당 품목을 생산한 농어업인 등에게 협정의 이행에 따른 피해를 보전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정계수란 직불금 지급총액이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금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곱하도록 한 직불금 산출공식상의 계수이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조정계수에 법적 근거도 없고 의미도 불분명한 수입기여도를 반영하여 농어업인들에게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비록 특별법 제8조 제3항에서 ‘조정계수는 「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협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농업인등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다’고 되어 있어 언뜻 장관의 재량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행 법령상 수입기여도를 조정계수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이는 농식품부가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의 결과이기도 하다). 법률자문의 결과를 왜곡하면서까지 수입기여도를 조정계수에 반영한 잘못은 논외로 치자.

과연 농식품부가 이 조정계수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을까? 아닐 것이다.
입법당시 정부와 수많은 논의를 거치면서 제정권자의 의사는 정확하게 농식품부에 전달되었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조정계수를 둔 입법취지는 직불금이 WTO허용보조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지 마음대로 어떤 변수를 반영하여 직불금을 감액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농식품부가 모르지 않을 터인데 묘한 말꼬리 잡기 식의 자의적 법률해석(그것도 잘못된)으로 정책지연을 초래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농식품부가 조금이라도 입법적 해석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쳤다면 지난 6월에 있었던 위법 논쟁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그 법에 따라 집행을 하는 곳이 행정부이다. 그렇다면 행정부의 리걸 마인드는 입법적 해석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헌법재판 외에 입법적 해석을 크게 고려할 기회가 없었는데, 입법이란 국민이 스스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니 법률제정권자의 의지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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