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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줄기차게 내리던 7월,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친 이틀이 있었다. 바로 ‘2013 다문화가정 희망캠프’가 진행되던 26일과 27일.

(사)희망과 동행이 (사)한베문화교류센터와 함께 주최한 ‘2013 다문화가정 희망캠프’는 ‘변호사와 친구하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1박 2일 동안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캠프의 목적은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문화적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며, 청소년기를 맞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법조인의 꿈과 비전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이번 캠프의 주인공은 22개의 가정,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출신 부모님과 그들의 6살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자녀들이었다. (사)희망과 동행에서는 8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총 12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현직 초등학교 교사를 비롯해 유머아카데미 원장, 남이섬 대표 등 여러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캠프에 동참해주었다.

출발 당일 날 아침, 다같이 분홍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남이섬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면서 설렘 가득한 ‘2013 다문화가정 희망캠프’는 시작되었다.

남이섬에 도착해서 각 가정은 먼저 ‘자기나라공화국 선포식’을 가졌다. 상상의 나라라는  '나미나라공화국'의 컨셉에 따라 참가자들이 각자 ‘자기나라공화국’을 선포함으로써 희망캠프에서만큼은 기존에 속해 있던 사회와 문화에서 벗어나, ‘자기나라’에서 보다 마음을 터놓고 그동안의 어려움과 갈등을 토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입소식을 마친 후 각 가정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난 어머님들이 곳곳에서 행복한 얼굴로 사진을 찍는 모습에 보는 이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이후에는 각 조별로 바비큐파티가 열렸다. 함께 고기를 굽고 식사를 하면서 멘토변호사들은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의 크고 작은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들은 변호사들과 비교적 수월하게 대화했다. 우리는 이주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어려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법률문제와 사춘기자녀 교육문제, 자녀 진로문제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그런데 자녀들의 경우 사춘기에 있거나 낯을 가리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변호사와 친구하기’라는 캠프의 제목에 걸맞게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번 캠프에서 변호사와 재미있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최신 유행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변호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동시에 참 많은 것을 궁금해 했다. “변호사는 얼마 벌어요?”, “변호사랑 검사는 뭐가 달라요?”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차츰 가까워짐을 느꼈다. 둘째 날에는 아이들로부터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등과 같은 고민을 듣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정도까지의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부모님의 고향노래를 듣는 순서를 가졌다. 당연히 캠프파이어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들의 장기자랑 시간도 있었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면서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이튿날, 부모님들에게는 서로 나누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학교생활에서의 고민 등에 대해 상담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어머님들의 발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모어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자녀들에게 모어교육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 중 소신을 가지고 자녀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친 한 어머니가 있어 발표를 맡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의사표현을 더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고, 자녀의 입장에서는 친구들보다 하나의 언어를 더 할 줄 알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감이 붙고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다문화가정이 이러한 모어교육의 기회를 잘 활용해 자녀들에게 소통, 자신감, 자존감이라는 ‘값진 선물’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그러기 위해서 이주여성이 자녀들과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대화할 때 낯선 혹은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의 개선도 필요함을 느꼈다.

이 외에도 캠프 중간 중간에 있던 희망가득한 메시지는 다문화가정 참가자뿐만 아니라 캠프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문화가정 부모님들의 사랑, 아이들의 생기발랄함, 그리고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관심, 그것만으로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2013 다문화가정 희망캠프’는 캠프에 참여한 모두에게 각자의 마음 속 구름을 걷어내고 햇살을 볼 수 있게 한, 진정한 ‘희망캠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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