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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저작권법 개정안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nimm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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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승인 2013.08.19  14: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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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들 중에는 ‘의원입법’ 형식으로 위장한 정부안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현재 입법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신탁범위선택제, 신탁관리단체의 복수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등의 쟁점은 저작권법 개정안 중에 포함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입법을 위해 순번을 받고 대기 중에 있다.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나마 이들 세 가지 쟁점에 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이 쟁점들은 박영길 외, 「디지털 시대의 주요 외국저작권 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 문화관광부, 2002년 12월(이하, 자료①) 허희성 외, 「저작권 위탁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 문화관광부, 2004년 8월(이하, 자료②) 이영록, 「저작권 집중관리단체 활성화 제고방안 연구」, 저작권위원회, 2007년 12월(이하, 자료③) 이상정 외, 「‘저작권관리사업법’ 제정을 위한 연구」, 문화관광부, 2008년 2월(이하, 자료④) 등에서 이미 용역과제로서 연구된 적이 있다.

II. 신탁범위선택제
현재 대부분의 신탁관리단체가 사용하는 신탁약관은 회원인 권리자가 창작한 모든 저작물은 물론이고 장차 창작할 저작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신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인별신탁(人別信託)이라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신탁관리단체와 일원적으로 접촉하면 된다는 점에서 거래의 신속화, 거래비용의 감소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권리자 입장에서는 저작물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저작물을 일률적으로 신탁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신탁관리단체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권리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상당수의 신탁관리단체가 권리자의 선택에 의하여 자신의 창작물 중 일부분을 신탁관리 범위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약관을 개정하고 있다(오승종, 「저작권법」, 제3판, 박영사, 2013년 참조). 그러나 국내 대표적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으로 약칭)는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약칭)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전의 인별신탁을 고집하고 행정지도에 불응하고 있다. 이에 저작권법 개정안에서는 명문의 조항으로 신탁범위선택제를 규정하고 신탁관리단체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권리자에게 선택의 폭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신탁범위선택제를 약관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 하겠지만, 문제는 입법으로 이를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기존 용역과제에서도 개정안처럼 신탁범위선택제를 법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자료②③ 각 참조). 도리어 이러한 입법은 저작권법상 집중관리제도의 입법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신탁법도 아닌 저작권법에서 ‘일부신탁’이나 ‘분리신탁’ 또는 ‘분할신탁’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신탁법의 기본법리와의 정합성(整合性)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신탁법 차원에서 이미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임채웅, 「신탁법연구」, 박영사, 2009년 참조).
요컨대, 입법 이외의 대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신탁범위선택제를 입법을 통해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부작용을 생각할 때 상책이라 하기 어렵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 환경 아래에서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신속히 처리함에 있어서 베른협약상의 대원칙인 무방식주의로 말미암아 발생된 저작권 관련 정보의 부족현상을 집중관리단체에 의한 권리등록 등을 통하여 보완해온 측면이 있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탁범위선택제를 입법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활용하여 신탁범위선택제를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음저협과 같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인별신탁을 강행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후술하는 신탁관리단체의 복수화를 통하여 경쟁관계를 정립하고, 아울러 공정거래법에 따른 제반 조치들을 이용함으로써 약관변경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현행 저작권법 제108조 제2항은 ‘저작자의 권익보호와 저작물의 이용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문체부장관에게 ‘저작권위탁관리업자의 업무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감독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명령에 대하여 저작권법 해설서에서는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저작자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거나 또는 위탁한 권리를 관리함에 있어서 저작자에게 부당한 손실이나 조건을 강요하거나 혹은 저작물의 이용대가를 부당하게 인상하여 일반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없게 하는 것 또는 저작자나 권리자들에게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인격적인 손상을 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고 설명한다(허희성, 「2011 신저작권법 축조개설 하」, 명문프리컴, 2011년 참조). 이러한 설명에 의한다면 음저협이 자발적으로 신탁약관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문체부장관은 제108조 제2항의 업무명령제도를 이용하여 신탁약관의 개정을 명령할 수 있을 것이다(자료③ 참조). 만일 이에 불응하면 제109조에 따라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을 것이다(필요하면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현행법상 마련된 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감독관청은 신탁관리단체에게 신탁범위선택제를 약관에 수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한 문제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특정 단체의 약관변경을 유도하기 위하여 집중관리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III. 신탁관리단체의 복수화
집중관리제도 중에서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권 등을 일정한 단체에 임의(任意)로 위탁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유형에는 현행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저작권위탁관리업이 있다. 여기에는 저작권신탁관리업과 저작권대리중개업이 속하며, 이 중 저작권신탁관리업은 문체부장관의 허가를 요한다. 2011년말 기준으로 문체부장관으로부터 저작권신탁관리업의 허가를 받은 신탁관리단체는 모두 12곳인데(문체부, 「2011 저작권 백서」, 2012년) 이는 대략 권리자 유형마다 한 개 단체 꼴이다. 현행 저작권법령과 관련 조항 어디에도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권리자 유형마다 법적으로 한 개의 단체에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감독관청은 권리자 유형마다 한 개의 단체에게만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내줌으로써 사실상 독점체제를 용인해왔다. 신탁관리단체의 복수화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IV.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북유럽 국가들인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에서 시행하고 있는 확대된 집중관리(Extended Collective Licenses, 이하 ‘ECL’로 약칭)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연구 검토된 바 있다(자료①②③④ 각 참조). 그 중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도 없지 않지만(자료①), 우리의 기존 법제도와 비교할 때 그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거나(자료②④) 기존 집중관리단체의 실태에 비추어 시기상조라고 보는 것(자료③)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ECL제도는 망라적이고 대량적인 저작물의 권리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용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권리자가 집중관리단체의 회원인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도 저작물의 이용을 인정함으로써 권리 처리에 많은 거래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이른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권리자가 불명인 이른바 고아저작물(Orphan Works) 문제의 해결 방안의 하나로 ECL이 비교법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마 문체부도 이러한 장점 때문에 입법적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문제는 국내 연구자들과 입법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ECL제도가 북유럽 국가들에서 발달해온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ECL제도는 비회원인 권리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당해 저작물을 집중관리단체가 관리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의 정통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ECL제도의 본질은 저작권이용허락을 위한 시장의 집단화(collectivization of the market for copyright licensing)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ECL모델이 지적재산법과 노동법에 두루 밝은 스웨덴 법학교수에 의해 처음 창안되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법제도를 그와 다른 환경인 우리나라에 이식(移植)할 때에는 문화적 맥락(cultural context)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ECL제도를 국내법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ECL규정들을 그대로 모방하여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보다 먼저 모든 영역에 높은 수준의 노조가 형성되어 있고 또 노동법 이슈들을 사용자와 노동자를 각각 대표하는 단체들 간의 집단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전통부터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Johan Axhamn & Lucie Guibault, “Cross-border extended collective licensing: a solution to online dissemination of Europe’s cultural heritage?”, Final report prepared for Europeana Connect, 2011 Thomas Riis & Jens Schovsbo, “Extended Collective Licenses and the Nordic Experience: It’s a Hybrid but is it a Volvo or a Lemon?”, 33 COLUM. J.L. & ARTS, 2010 Daniel Gervais ed., Collective Management of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Kluwer Law International, 2010 각 참조).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노사 대타협이 가능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ECL제도의 도입에 앞서 왜 강조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CL ‘흉내내기’가 아니라 그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그에 관한 연구이다.
결론컨대, ECL제도의 본질과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 입법적 현상과 장점에만 주목하여 관련 규정들을 모방·답습하려는 태도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벤트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현 시점에서 우리와 전혀 문화적 맥락을 달리하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려는 자세는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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