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받은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횡령죄가 성립한 후 다시 매도할 경우 별도의 횡령죄의 성부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판결

1. 사실관계
A는 1995. 10. 20.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하던 중 개인적인 돈을 차용하기 위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400만원의 근저당권을, 채권최고액 750만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한 후 그 토지를 B에게 1억9300만원에 매도하였다.

2. 판시내용
(가) 일단 특정한 처분행위(이를 ‘선행 처분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함으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른 후 종국적인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처분행위(이를 ‘후행 처분행위’라 한다)가 이루어졌을 때,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위험을 현실적인 법익침해로 완성하는 수단에 불과하거나 그 과정에서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으로서 새로운 위험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해 발생한 위험은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후행 처분행위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행 처분행위가 이를 넘어서서,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같은 부동산에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당초의 근저당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 등 그 근저당권으로 인해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추가시키거나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3. 판례의 의의
타인의 재물의 보관하는 자가 횡령행위를 한 후에 동일한 재물에 대하여 추가로 횡령행위를 하는 경우 뒤에 이루어진 횡령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 합의체 판결로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여, 타인으로부터 명의신탁 받아 보관 중이던 부동산에 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다시 그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매도한 경우, 나중에 이루어진 매도행위도 일정한 경우에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범죄에 의하여 획득한 위법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처분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후행위가 이미 주된 범죄에 의하여 완전히 평가되었기 때문에 별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토지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하던 자가 이를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경우,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그 토지 전체에 대한 이익이 아닌 일부에 대한 이익을 취득한 것에 불과하고, 나머지 토지의 가치는 잔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다시 제3자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거나, 제3자에게 매도하여 처분하는 경우 잔존하는 토지가치에서 추가 이득을 얻게 됩니다. 이는 선행범죄로 인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처분하는 경우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서 추가로 타인의 재물에 대한 횡령행위를 함으로써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매도행위를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에 해당하여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에서도, 채권최고액 1400만원의 근저당권과, 75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이를 다시 제3자에게 1억9300만원에 매도하였으므로 매도행위로 인하여 최소한 1억7150만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그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경우 이는 횡령행위에 의한 법익침해의 결과나 위험이 부동산 전체에 미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토지를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는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어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약속어음이 유통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죄 성립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도10302 판결

1. 사실관계
K주식회사는 L주식회사에 대해 주식인수 증거금 50억원의 반환채무를 지고 있었다. 피해자 A주식회사의 대표이사등인 피고인들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A주식회사로 하여금 K주식회사의 채무에 대한 보증을 서게 하고, 아울러 L회사의 적극적 요청에 따라 보증채무에 대한 담보로 A회사 명의의 액면금 50억원인 약속어음 1장을 발행하여 L회사에 교부하였다.

2. 판시내용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면, 비록 상대방이 그 남용의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회사가 상대방에 대하여는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경우 회사가 소지인에 대하여 어음금채무를 부담할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여기에서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어음의 발행인과 수취인 기타 관련자들의 관계 및 그들 사이의 종전 거래실적, 유통하지 아니한다는 확약이 있는지 여부 등 약속어음 발행 전후의 구체적 경위와 사정, 발행된 어음의 문면. 형식. 재질 기타 유통성에 영향을 주는 어음의 외형적 요소, 나아가 약속어음 외에 다른 담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 그 담보의 종류 또는 내용, 어음수취인 기타 관련자들의 권리 추급 기타 그 권리관계의 전개양상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판례의 의미
기존 대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면, 비록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여 회사가 상대방에 대하여는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경우 회사가 소지인에 대하여 어음금 채무를 부담할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으나(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822 판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유통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이유로 ① 피해자 회사의 보증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L회사의 적극적 요청에 따라 발행된 것으로 L회사가 언제든지 배서양도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② L회사는 이후 피해자 회사의 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에까지 나아간 점 ③ 약속어음이 발행될 당시 수취인 L회사로부터 유통에 돌리지 아니한다는 어떠한 확약 등이 없었던 점 ④ 약속어음 만기가 다가오자 L회사에게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고서야 약속어음을 반환받은 점 ⑤ 약속어음이 은행도어음으로서 그 유통성이 이른바 문방구어음 등에 비하여 높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을 들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대법원1995. 12. 22.선고 94도3013판결 등 참조), 약속어음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통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명날인·서명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1. 사실관계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진술할 것입니다”라는 답변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피고인들의 자필로 기재된 것이 아니고, 답변란에 피고인들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2. 판결요지
헌법 제12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3 제1항, 제2항, 제312조 제3항에 비추어 보면,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그 행사 여부를 질문하였다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3 제2항에 규정한 방식에 위반하여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이 자필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그 답변 부분에 피의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되어 있지 아니한 사법경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조서라 할 수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판례의 의미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3은 제1항에서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제2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로 하여금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답변을 기재한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어서 그 조서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부죄거부의 권리에 터잡은 것이므로 수사시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 있어서 피의자에게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그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립된 증거로서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부인되어야 하는바(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도682 판결), 이런 맥락에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조서 역시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위 판결은 의미가 있다.

 

판례제공 : 이권우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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