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법과 보통법 체계인 미국법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으나, 아마도 실체법상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장기 투자의 대상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에 관한 법이 아닐까 싶다.

우선 첫째로, ‘부동산’의 정의부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라 하면 토지 뿐 아니라 건물이 포함되지만, 미국법 상으로는 건물은 별도의 독립된 ‘부동산’이 아니고 단지 토지에 속한 ‘개량(improve ment)’에 불과하여 별도의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하는 한인 교민들은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예컨대 큰 도시 한가운데 노른자 빈터를 50년 장기 임차한 한국인 동포가 그 토지 위에 이, 삼십층 고급 사무실 빌딩을 지었다고 가정하면, 한국에서는 건물이 별도의 ‘부동산’이니 만큼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임차기간이 만료된 후 ‘법정 지상권’ 같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미국 법 상으로는 건물은 별도의 부동산이 아닌 까닭에 임차기간의 만료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임대인인 토지 소유권자의 소유로 되며, 임차인은 그 건물을 건축하는데 아무리 큰 돈을 투자했더라도 아무 권리도 주장 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영미법 상 부동산 ‘소유권’의 개념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부동산 소유권에 해당하는 일반적 영어단어에는 Title, Ownership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다수 독자들에게 낯선 법률용어가 보통 ‘요금’의 의미로 쓰이는 ‘fee’ 일 것 같다.
즉, 대륙법 계통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라면 절대적이고 완전한 소유권(영어로는 ‘fee simple absolute’) 하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데 반하여, 영미 법에서는 역사적으로 상기한 ‘fee simple absolute’ 이외에도 양수인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만 소유권행사가 가능한 ‘종신 소유권(Life Estate)’을 비롯하여, 각종 실효조건부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fee simple determinable, fee simple defeasible, fee simple subject to condition subsequent 등 여러 가지의 소유권이 존재했다.
그런 탓에, 당초의 토지 양도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수백년이 경과한 후에라도 소유권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예컨대 100여년 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느 토지의 소유권자가 자기가 다니던 교회에게 소유권을 양도하면서 그 토지의 용도가 교회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양도증서에 명시해 놓았었는데,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그 토지가 교회로 사용되기보다는 쇼핑센터로 전환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게 되어 교회가 쇼핑센터 건설업자에게 소유권을 양도했다면, 이러한 양도는 무효일 뿐 아니라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당초 양도인의 후손 (또는 아직 그 양도인이 생존해 있다면 양도인 본인)에게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영국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던 왕실이나 귀족들은 현존하는 세대를 넘어 미래의 세대에까지 미리 토지의 소유권자를 지정할 수 있었던 탓에 (예컨대 아들에게 소유권을 넘기면서 아들이 죽으면 손자 누구에게 등등) 귀족 아닌 평민들은 산업 혁명 이후 아무리 부를 축적했어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어려웠다.
그런 까닭에, 판례법의 변천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영미법의 특성상, 영미 부동산법은 한마디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싸움의 산물이라고까지 말해지며, 그 대표적 법리 중 하나가 이른바 ‘Rule against perpetuity’, 즉 ‘반영구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영미 부동산법의 또다른 특징은 경험과 관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토지에 대한 ‘권리양도(feoff ment)’ 조건 중의 하나가 ‘livery of seisin’이라 하여 양도인과 양수인이 동시에 목적토지에 가서 그 토지의 흙 한줌을 주고 받는 것이었는데, 그 역사적 유래가 재미있다.
즉 바이킹족이 영국을 무력으로 굴복시킨 후 왕이 배에서 내려 착지하는 순간 실수로 넘어졌다고 한다. 부하들의 열광적 환호 속에 당당한 모습을 보였어야 할 왕은 당황한 가운데서도 순간적 기지를 발휘하여 모래 한 줌을 손에 쥐고 일어서며, “자, 이제 영국 해변의 모래 한줌을 내 손에 쥠으로써 영국 땅이 우리 바이킹의 땅임을 선언하노라” 하고 크게 외치니, 왕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숨 죽였던 부하들이 더 큰 소리도 환호했다.
이것이 전통이 되어 모든 토지 거래에는 반드시 양도인과 양수인이 목적 토지에 같이 가서 그 토지의 흙 한줌을 주고 받아야만 유효한 토지 매매로 인정되었다가, 원거리 소재 토지 매매의 경우 이 전통이 너무 불편함으로 현지에 가지 않고 토지의 흙 한 상자를 주고 받는 것으로 변천했다가, 이도 불편하니 결국 흙이 그 토지에서 자라는 꽃 한 송이로 대체되었다가, 결국은 ‘문서계약(Deed)’을 주고 받는 것으로 대체되어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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