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 협회장이 주요 공약사항 중 하나로 내세운 ‘사법시험 존치’, 어떻게 진행돼 가고 있을까?
현재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의견은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법시험 존치(또는 예비시험제도 도입)를 주장하는 쪽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대표적이다. 위 협회장은 로스쿨만으로 법조인을 배출하도록 한 변호사 선발방식의 수정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현재대로라면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2018년부터는 로스쿨을 통해서만 법조인이 배출된다. 문제는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위 협회장은 “과거 사법시험은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고 서민이 법조계에 진출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했는데, 현재와 같은 비싼 로스쿨 체제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며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든지 아니면 일본처럼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해서 그러한 사다리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시존치나 예비시험 도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다른 선발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로스쿨이 제대로 자리잡을 기회조차 박탈한다는 것이다. 로스쿨학생협의회는 박영선 의원 주최의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의 설립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예비시험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대학과 전공분야가 다양화되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입학이 늘었다”면서 “오히려 미래의 변호사 사회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로 구성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양재규 부협회장(좌측에서 두번째)이 박영선 의원 주최 공청회에서 의견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 움직임은?
가장 활발하게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4월과 6월 ‘기회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기치 아래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4월 토론회에는 대한변협 양재규 부협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로스쿨제도는 비싼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라는 고학력자를 위한 제도”라며 “사법시험보다 법조계 진입장벽을 훨씬 높이고 사회계층을 고착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의 과다한 학비와 입학전형의 불투명성이 법조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서민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 마련 차원에서라도 사법시험 존치나 예비시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공공연하게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한번의 공청회를 더 거친 후 변호사 예비시험제 관련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7월 9일에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조인력 양성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양 부협회장은 진술인으로 나서 “사법시험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계층이동의 기회이자 공정한 경쟁의 대명사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새로이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현행처럼 변호사시험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하단 요약문 참조).

외국의 법조인 양성 제도
일본은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법시험 제도와 로스쿨 제도를 병행해 오다가 2011년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했다. 이후 법조인 선발시험을 ‘신(新)사법시험’으로 정하고, 원칙적으로 로스쿨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예비시험이라는 별도의 평가 제도를 함께 신설해 로스쿨을 다니지 못한 사람들은 이 예비시험을 통해 신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매년 로스쿨 졸업생과 예비시험 합격자가 신 사법시험에 응시한다.
미국의 경우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인증을 받은 로스쿨의 졸업자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주가 16곳이고, 나머지 주에서는 베이비 바(baby bar)라고 해서 로스쿨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미리 예비시험을 봐서 그것을 통과한 사람들이 다시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일은 1971년 9월 10일 신설된 독일법관법 제5조의 b ‘실험조항’을 통해 몇몇 주에서 로스쿨과 유사하게 교육에 의한 법조인력 선발·양성제도를 도입했으나, 1984년 법개정을 통해 폐지했다. 독일은 이 제도 폐지 이유로 3배 이상 과도한 교육비 소요와 졸업자들의 실력저하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들었다. 현재 독일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하려면 법과대학에서 원칙적으로 4년 이상의 수학, 제1차 국가시험, 2년간 실무수습(시보과정), 제2차 국가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법학부를 중심으로 하는 두 단계 법조인양성제도이다.

협회의 향후 계획
위철환 협회장은 사법시험 존치, 변호사 변론주의 확대, 변호사 직역 수호 등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모두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라 국회를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여론조성을 위해 각종 매체를 통한 협회장 인터뷰, 토론회·공청회 참석을 통한 의견개진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설득을 위해 개별 면담도 실시하고 있다.
양재규 부협회장은 “앞으로 대한법학교수회 등과 연대하여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입법청원을 하는 등 협회장 공약 실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 방안에 대한 검토’

몇 년 후 사법시험 폐지가 예정되어 있는데, 사법시험의 폐지는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을 저해하고 공정사회나 사법정의에 배치된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미 2007년 로스쿨제도 도입반대 성명을 내고,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를 연계시켜 법학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법시험 폐지 시 문제점
로스쿨제도는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라는 고학벌자를 위한 제도이며, 사법시험제도에 비해 법조계 진입장벽을 훨씬 높이고 사회계층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로스쿨법 제2조에 규정되어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로스쿨의 실상을 보면, 로스쿨 수학비용의 과다와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이 법조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 특정지역과 특정학교를 중심으로 서열화·양극화가 심하여 지역인재의 양성이 불가능하며,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 실무수습이 부실하여 법조인의 질저하(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에 역행함)가 지적될 뿐만 아니라, 로스쿨의 특성화과목 수강기피로 폐강과목이 속출하여 다양화·특성화의 취지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피땀어린 노력으로 전문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하고, 사법연수원에서의 질높은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실무능력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를 대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로스쿨 제도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공정한 법조인 선발·양성제도와 계층이동의 사다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사법시험 존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과 같은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법시험 존치(병행) 또는 예비시험 도입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이 필요한데, 그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우선 사법시험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계층이동의 기회이자 공정한 경쟁의 대명사이다. 사법시험은 누구나 노력하면 어떤 것에도 좌우되지 않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제도이고, 직장인도 주경야독하여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다. 따라서 새로이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공정경쟁의 상징성이 강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현행처럼 변호사시험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입법기술적 측면에서도 사법시험 존치가 예비시험 도입보다 훨씬 간편한다. 법률서비스 수요자의 관점에서도 예비시험을 도입하여 변호사들을 변호사시험 출신으로 단일화하는 것보다는 로스쿨-변호사시험 출신의 변호사들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출신의 변호사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학교육과 법조인력 선발·양성은 단순한 직업교육, 단순한 직업인의 선발·양성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사법정의와 법치주의의 인적 기반을 구축하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이다. 따라서 단순히 시장경제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법시험의 폐지는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을 저해하고 공정사회나 사법정의에 배치되므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로스쿨-변호사시험제도와 병행하여 사법시험-사법연수원제도를 유지하든지,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을 도입하든지 해야 한다.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로스쿨과 병행하여 공존·상생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로스쿨이 폐지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법시험 존치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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