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도심에 위치한 우면산은 나지막하나 편안한 흙길코스로 서초구민 뿐만 아니라 삶에 지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예술의 전당 뒤로 올라가면 돌무더기로 쌓아올린 소망탑이 있고 그곳에는 서울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전망대와 큰 건물의 명칭이 기재된 안내표지판이 있다. 어느날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커다란 음성이 들려온다.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 큰 건물은 다 검찰청, 법원이구만. 대법원 건물은 쪼그맣고.” 사실 대법원 건물이 대검찰청보다 작은 것은 아닌데 안내표지판 사진에는 흐려서 작게 보인다.
그 사람 말투를 들어보니 검찰, 법원에 대한 불만이 잔뜩 배어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기관이 건물만 크게 차지하고 있다는 투다. 외국에는 법원 검찰 건물이 나지막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데, 대한민국에는 무슨 범법자가 저리 많아 법원 검찰이 저렇게 큰가 외국인들이 생각할테니 창피한 일이라고 한 마디 더 붙인다.
검찰에서 오랫동안 봉직하고 나온 터라 친정이 욕을 먹는 것을 들으니 민망하기도 하고, 외국처럼 넓은 부지에 나지막하게 건물을 지으면 좋겠지만 땅값 비싼 우리나라 사정상 좁은 땅에 고층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변명해주고 싶었다. 사실 서초동에 법조단지가 생기면서 청사건물을 크게 지어 실정을 모르는 국민의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큰 건물도 안을 들여다 보면 정말 많은 사건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속에 씨름하고 있다.
결국 좁은 공간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고등검찰청이라는 또 하나의 큰 건물이 최근에 증축되었고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도 인근에 큰 건물을 지어서 딴 살림을 차렸으니 대한민국에는 정말 무슨 사건이 그리도 많은가 생각할만하다.
한편으로 법원 검찰이라는 기관이 이렇게 한 군데에 큰 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건물로 생각한다면 하나의 초대형, 초고층 건물 안에 서울시와 각 구청을 모두 입주시켜 놓은 꼴이다.
경제발전과 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초고층 초대형 건물의 위용이 기관의 위상도 높여 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국민에게 업무로서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건물만 크게 지었다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이상 법원 검찰도 지방자치 단위로 쪼개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각 구 단위로 법원 검찰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항상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 많은 법원 검찰을 설치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어 안 된다는 것이다.
차제에 0ECD 국가들의 인구대비 사법종사자 인원의 비율, 법원 검찰 등 기관의 수, 판검사의 1인당 사건부담량, 국가전체 예산에서 사법이 차지하는 비율 등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공개되면 좋겠다.
법조에 수십년 종사했지만 불민하여 이에 관한 정보를 아직 접하지 못했고 혹시 그런 자료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물론 국가예산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법서비스가 국민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여기에 예산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원인은 넘쳐나는데 담당공무원 수는 턱없이 적어 민원창구에 줄이 길게 서있고, 담당공무원은 그런 상황을 즐기면서 국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급행료나 꿈꾸는 부조리한 기관으로 비칠까 염려되는 것이다.
우면산 소망탑에서 들려온 시민의 목소리를 계기로 법원 검찰이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선망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회와 예산당국도 법치에 투자하는 것이 결코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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