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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로 보는 일본 법조계]반한 시위에 대한 일본 변호사들의 제언
허중혁 변호사  |  hz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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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승인 2013.07.18  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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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일본 우익세력이 주도하는 반한 시위가 한국은 물론 일본 사회에서도 법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한 시위에 대하여 일본 정부는 방임적인 입장이었으나, 이에 대해 일부 양식 있는 변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들이 일본의 언론 기사를 통해 목격되기도 한다.

우선, 뉴스 포스트세븐 2013년 3월 16일 기사의 내용은 혐한(嫌韓) 데모의 상황과 관련해 용어의 정의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언론은 이러한 데모를 ‘헤이토 스피치(hate speech)’라고 표현하는데, 류코쿠 대학 법과대학원의 김상균 교수는 이를 ‘인종, 피부색, 국적, 민족 등, 어떤 속성을 소유하는 집단에 대하여 폄하하거나 폭력이나 차별적 행위를 선동하는 것과 같은 모욕적 표현을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반한 시위가 주로 열린 곳은 재일한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도쿄의 신오쿠보 지역이나 오사카의 쓰루하시 지역이며, 이를 주도하는 단체는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등의 우익세력이다. 데모 참가자들은 ‘재일 한국·조선인의 대부분은 반일 사상을 가지고 있음에 불구하고, 일본에 계속해서 눌러앉아 있다’ ‘소수민족인 재일 한국·조선인이 일본의 정치재계나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어, 다수파인 일본인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3월 14일에는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기 위하여 ‘배외(排外)·인종모멸 데모에 항의하는 국회집회’라는 제목의 집회가 참의원회관에서 행해졌다. 이 집회를 주도한 민주당 아리타 요시오 참의원은 “내버려 두는 게 좋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죽여라’ 등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선을 넘었다”고 언급했고, 코우타키 히로코 변호사나 김상균 교수에 의해 ‘헤이토 스피치’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논의됐다. 심지어 우익단체 잇스이(一水)회의 최고 고문조차 “데모 영상을 보고 대단히 슬퍼졌습니다. 일장기는 일본의 관대함을 표현한 것인데, 그것이 배외주의적인 것에 사용되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다음은 변호사들의 성명. 3월 29일, 도쿄변협의 유우시 변호사는 이 데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로 도쿄 변호사회에 인권구제를 주장했고, 경시청에도 주변 주민의 안전확보를 제의했다. 그리고 3월 31일, 국제인권NGO 휴먼라이츠 NOW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토 카즈코 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반한 데모는 야만적인 민족배격 데모’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 글에서 그녀는 “일본은 국제인권규약을 비준하고 있지만, 2차 대전 전에 표현의 자유가 엄격하게 탄압되었던 것의 반성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 규제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헤이토 스피치’에 대해서도 규제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락 차별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도 대책을 취하고 있지만(글쓴이 주-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일반 시민과 부락민에 대한 차별의 관행이 있었음), 인종 차별과 재일외국인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미디어의 대처도 없고 거의 방임상태다. 일본 정부는 물론 미디어와 교육 현장도 차별적 표현의 만연이 중대한 인권 침해라는 인식에 서서, 이것을 용서하지 않는 명확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지난 6월 24일에는 일본 민주법률가협회의 사와우지 토우이치로 변호사가 ‘헌법일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표현의 자유란 원래 공권력이나 사회적 강자를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에 숨어 약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자유가 인정을 받아 좋을 이유가 없다. 특히 인종 차별이나 민족 차별적 발언으로 소수자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7월 3일 후쿠하라 테츠아키 오사카변호사회 회장이 발표한 성명으로, 그 내용은 연합뉴스를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후쿠하라 회장은 “혐한 데모에서 집단적 언동이 난무하는 것은 일본 헌법 제13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존엄과 인격권을 근본적으로 해하는 것”이라 지적하면서, 일본이 비준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에 비추어 민족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적 언동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범위를 일탈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일본의 일부 양식 있는 변호사들이 반한 시위가 지니는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일본 사회의 양식에 호소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반한 시위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임적 입장을 견지하다가 최근 국내외 비난 여론이 일고 나서야 비로소 표면적 조치를 취하는(7월 들어 경찰이 시위를 불허)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더 많은 일본 변호사들의 정부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문제 제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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