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자격 없는 자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의료법(2007. 1. 3. 법률 제8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 제66조 제3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하여 달리 볼 수 없다.

한편 구 의료법 제30조 제3항, 제4항, 제6항 및 그 시행규칙 제22조의 2, 제22조의 3 등에서는 의료기관의 최초 개설에 따른 신고절차 외에 개설자의 변경에 따른 명의변경 등의 절차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규정의 내용 및 의미와 의료법의 입법 취지, 형벌법규의 해석론 등에 비추어 볼 때,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참조).

그런데 소위 ‘사무장 병원’의 예에서 보듯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의료생협을 설립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그 실체가 사무장병원인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개설행위는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당해 요양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수취한 진료비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른 부당이득환수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5271 판결 참고).

한편, 의료인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을 비의료인이 인수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인수인이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역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다만, 대상판결의 경우에는 의료인인 남편에 의하여 개설된 병원을 비의료인인 그 처가 혼인관계의 파탄에 따른 이혼을 염두에 두고 일정 시점부터 남편을 배제하고 병원 운영을 계속하여 수익금을 독점하였던 사안인데, 당초 남편이 개설·운영하던 병원의 의료시설 및 의료진을 인수하거나 새로 구비하고 개설자를 변경하여 실질적으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을 이유로 법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면허대여 관련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875 판결

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현행 제33조 제2항) 본문 규정의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법인, 기관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그 이외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려는 데 있는 것이므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이 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 각 호 소정의 자들로부터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더라도 이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할 것이어서 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되는 행위로 볼 수 없다.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개설자격자로부터 명의를 빌리게 되는데, 무자격자의 이러한 개설행위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면허증 대여행위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현행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1호, 제2호), 무자격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처분의 대상이 된다(제66조 제1항 제2호).

하지만, 명의를 차용한 자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갖춘 자라면 다른 이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더라도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 대상 판결의 경우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갖춘 재단법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그 재단법인 부설 의원을 개설한 사안인데, 명의차용자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갖춘 의료인임을 이유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공모하여 가공하면 현행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 위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된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법위반 약정의 사법상 효력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7890 판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그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 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며, 무효인 약정에 기하여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행을 구하는 급부의 내용을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정리하거나 일부를 가감했다 하더라도 무효인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상 그 급부의 이행 청구가 허용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며, 다만 그 무효인 약정으로 인하여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게 되는 문제만 남게 된다.

의료법이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입법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보이는 점,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를 수 있는 국민 보건상의 위험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으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의료법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규정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참조).

이러한 무효약정에 기하여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행을 구하는 급부의 내용을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정리하거나 일부를 가감하였다 하더라도 무효인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상 그 급부의 이행 청구가 허용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 무효인 약정으로 인하여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게 되는 문제만 남게 된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법리에 입각하여, 비의료인 갑이 의료인 을을 고용하여 을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되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은 갑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갑과 그의 처 병이 연대하여 을에게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된 각종 채무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각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각서 작성으로 인한 약정은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무효인 제1차 약정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이다.

한편, 의사와 의사 아닌 자가 각 그 재산을 출자하여 함께 병원을 개설한 후 운영수입을 동등한 비율로 배분하기로 한 약정은 무효이므로, 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의사 아닌 동업자는 그 출자물의 반환만을 구할 수 있을 뿐이어서, 대출금 반환 채무는 법적 외관에 있어서 뿐만이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서도 전액 의사 개인의 채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1493 판결).

의료기관의 이중개설 금지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의사는 1개소의 의원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 제1호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자신 명의로 의원을 개설, 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원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원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위 의료법 위반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이는 새로운 의원의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그 의원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거나 위 두 의원이 별도로 개설 신고가 되었을 뿐 외형적으로 서로 분리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사실상 하나의 의원처럼 운영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 제1호는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는 달리 의료기관 이중개설을 금지함에 있어 ‘운영’은 포함하지 않았고, 이에 대법원은 이미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경영에만 관여하였다면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으나, 새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이중개설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그런데,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운영까지 금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바, 위 대법원 판례가 현행법 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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