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무산

여야는 2013년 3월 17일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상설특별검사제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무부 주요 보직에 대한 검사 임용 제한, 검찰인사위원회에 실질적 권한 부여, 비리검사 개업 제한, 차관급인 검사장 이상 직급 규모 축소 등이다.

이중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는 2013년 상반기 중에 입법조치를 완료하기로 시기까지 못 박았었다. 위 합의 내용 중 대검 중수부 폐지 하나만 이루어졌다. 입법시기까지 못 박았던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아무런 진전 없이 6월이 지나갔다.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여당이 법안조차 성안하지 않아 야당의원들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는 6월 20일 법안을 상정하였고, 여야 합의에 따라 구성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형식적인 공청회를 실시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여야 합의가 헌신짝처럼 내던져졌다.

검찰개혁의 시금석, 상설특검제 도입

여야가 합의한 여러 검찰개혁 방안 중에서 상설특검제 도입이 핵심이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상설특검제의 도입 여부 및 그 내용 여하에 달려있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준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에 대한 편파·축소·표적·과잉수사 및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로 인해 독립적인 반부패수사·기소기구 창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검찰과 법원 등 법조 비리에 대한 자체 감찰 및 검찰 수사의 한계로 사법개혁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막강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도 독립된 수사·기소기구의 설립이 요청되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고,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외부의 수사 및 감시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1999년 이후 11번에 걸쳐 특별법 제정을 통한 개별사건 특검제가 시행된 바 있다. 그렇지만 개별사건 특검제는 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들인 비용에 비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상식적 국어 사용법에 의한 제도 설계

‘상설특검’ 용어를 두고 소위 제도특검도 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있다. 상설(常設)의 사전적 의미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와 시설을 갖추어 둠’이므로 상설특검은 특검 조직을 구성해두는 소위 기구특검을 의미하며, 제도만 설계해 놓은 제도특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구특검은 미국식 제도가 아니라거나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되고 여야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상설특검은 개별사건 특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미국식 특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수사권만 갖거나 또는 기소권까지 갖는 독립적 반부패기구를 설치한 국가는 많다. 입법례로 따지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상설특검이 기소권까지 가져야 하는 것은 현재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권만 갖는 기구로 변화된다면 그 시점에서 상설특검의 기소권도 검찰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구특검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있다. 권력분립 원칙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최대한 보장 및 권력남용의 방지를 그 목적으로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기소하는 기구는 그 대상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 조직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률로 정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상설특검의 임명에 국회의 추천권을 보장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합리적인 견제에 불과하므로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

상설특검제 도입에 변협이 앞장서길

검찰개혁의 성공은 국민의 절실한 희망사항이다. 현 단계 검찰개혁의 핵심은 올바른 상설특검제의 도입이다. 여야가 합의해 놓고도 이를 무시하기를 밥 먹듯 한다면 도대체 우리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대한변협이 이에 대해 견해를 발표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과 검찰개혁에 대한 무성의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변협이 법원이나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서 국민의 관점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