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은 실력이 고만고만할 때 이뤄지고 두 사람은 라운드 때 어김없이 내기를 하기 마련이다.
이 두 친구들이 그랬다. 평상시는 다정할지 몰라도 코스에만 들어서면 서로에게 으르렁댄다. 그러니 룰도 칼같이 지키는데, 가히 PGA급 수준이다.

오늘도 제대로 붙은 두 사람. 파4홀. 첫 번째 선수, A의 티샷은 페어웨이 가운데로 잘 떨어졌다. 희희낙락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돈까지 제법 잃고 있던 두 번째 선수, B는 자연 힘이 들어갔다. 멀리 보내려는 욕심은…공을 멀리 보내던가! 백이면 백 다 미스 샷.

B의 공은 거리를 내기는커녕 오른쪽으로 관광을 가려다가 그나마 다행으로 아스팔트 카트 길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울상이 된 B, 친구 A에게 자존심 버리고 간청했다. “여~ 도로 위에서는 무 벌타 드롭을 해도 되겠지?”

A는 피도 눈물도 없는지 또는 경기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골퍼인지 몰라도 단호하다.
“무슨 소리야?! 안 돼. 벌 타 먹기 싫다면 그대로 놓고 치라고. 골프, 오늘 첨 치나? Play it as it lies!”
얼굴 일그러진 B와 달리 귀밑까지 입이 찢어진 A는 룰루랄라하며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세컨 샷, 공을 그린에 올렸다. 친구인 B를 봤다.

카트 길 위의 B는 그대로 칠 요량인지 아스팔트를 때리는 연습스윙을 되풀이할 따름이었다. 아스팔트에 확 이는 불꽃!

이윽고 B가 더 큰 불꽃을 튀기며 골프채를 찍어서 세컨 샷을 날렸다. 골프채는 망가져 못쓰게 휘어버린 대신 공은 쉬익~ 날아가 그린 위 홀에 1m도 안 되게 붙고 마는 게 아닌가.

A는 놀라고 감탄했다. “햐~ 대박! 근데, 도대체 몇 번으로 친 거야?”

B의 담담한 대답 “응, 자네 꺼 6번 아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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