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을 해 본다. 입과 항문은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고 양쪽으로 터져있는데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몸 밖으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일까? 반찬을 담는 통이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해도 어지간히 잠금 장치가 완벽하지 않으면 냉장고 문을 열때 냄새가 진동하는데 인간의 장은 위 아래로 다 터져 있는데도 지독한 내용물 냄새가 나지 않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용기인지 모르겠다. 용기로서뿐 아니라 구역별로 역할도 다 다르고 운동 방식도 차이가 나는데 이런 구조물을 만들라고 했으면 절대로 못 만들었을 것 같다. 조물주의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나 싶다. ‘설사는 왜 할까?’라고. 글쎄… 우리 몸에서 급하게 내용물을 밖으로 빼내는 현상은 대부분 그것이 몸 안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채기도 그렇다. 몸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먼지나 털이 코 안으로 들어올 때 순식간에 내치려는 기전이 작동하는데 그게 바로 재채기다.

왜 토할까? 왜 설사할까? 모두 다 장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들어왔을 때, 즉 내 몸에 이로움이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되니까 빠른 시간 안에 내치는 현상이다.

문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장이 곧잘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긴장하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외과를 지망한 레지던트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었다. 큰 수술만 들어오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바람에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렵게 수련의 과정을 마쳤는데 이는 신경적인 문제하고 또 결부된다. 장이란 것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작동을 하지만 종종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 받으면 자기 스스로도 조절을 못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장이 탈을 부리면 ‘장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지?’라고 한번 의문을 가져보아야 한다. 대개는 다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이런 생리적으로 정상적인 리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병적인 상대를 보일 때가 있는데 바로 종양이라는 것이다. 장은 유난히 종양이 잘 생기는 조직이다. 왜 그럴까? 많은 유해한 것들에 노출되어 그럴까? 그보다는 장이라는 녀석이 본인의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아주 역동적으로 세포를 교체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음식을 먹고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져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2~3일이면 완벽하게 복구된다. 장은 수시로 오래된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러가 나면 종양, 즉 암이 되는 것이다.

아, 한 가지 설명할 것은 종양이라고 함은 무언가 혹이 생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그것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종양이면 양성 종양이라 하고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을 악성 종양, 즉 암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병원에서 ‘환자분 몸에 종양이 있네요’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펑펑 울면서 슬퍼할 이유는 없다. 종양은 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도 많은 분들이 종양을 무조건 암으로 생각해서 곤란을 겪기에 이참에 한말씀 드리는 것이다.

입, 식도를 거쳐 위와 십이지장 그리고 대장과 항문을 통과하는 이 모든 부위에 암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식습관 문제인지 서구인들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상당히 높다. 주요 장의 통로에서 살짝 샛길로 빠져서 있는 간 담도계, 췌장 등도 역시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는데 암이 잘 발생하는 곳이다.

“나는 장이 안 좋아”라는 표현을 하는 분들을 보는데 이때 그분들의 표현은 아마도 소화가 잘 안 된다는 표현일 것이다. 안 좋은 장은 없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할 수는 있는데 이는 사실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하려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지나치게 병적으로 예민한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그러니 안 좋은 장은 없다. 다 소중한, 좋은 장이기는 한데 혹 가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종양이 생기는 수가 있으니 이것이 문제다. 장에 발생하는 종양들은 대부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좋은데 장의 특성상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나는 장이 안 좋아’라고 생각하는 경우 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문제가 있음을 사인 보내는데도 무시하면 그렇다. ‘늘 안 좋으니까’라는 생각에 말이다. 속 쓰림이 오래 지속되거나, 아랫배가 수시로 아프거나 변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면 꼭 검진을 받아보아야 한다. 요즘은 검진도 많이 간편해 져 그것도 안 한다면 그것은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1년에 한번은 반드시 위 내시경을 그리고 대장 내시경은 검진 상담자와의 상담을 통해서 몇 년 주기로 꼭 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도 꼭 해야 한다. 애당초 나쁜 장은 없다. 다만 방치하면 나빠지는 장은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