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시작된 1사(社)1촌(村)운동이 도시와 농촌의 상생운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농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3년 1월 현재 누적 결연 건수가 9627쌍, 유·무형의 교류금액이 1조원을 넘기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농촌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나마 다행으로 보인다. 때로는 기업들이 자신의 홍보용으로만 이용할 목적으로 진정성 없는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그런 불량기업들은 소수일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상생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는 1사1촌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긍정적이고 필요한 활동임은 분명하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는 농촌체험활동과 농촌봉사활동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중요한 분야나 활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체험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교(校)1촌(村)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전시성이 아니라 제대로 체험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우리 농촌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예전에는 누구나가 농민의 아들, 딸들이어서 농촌에 대한 설명이나 경험이 필요 없었다. 그런데 도시가 발달되면서 지금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라고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듯하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신 논과 밭, 구수한 고향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땅, 사람이 어떻게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마을이 바로 우리 농촌이다. 지평지성은 농활팀을 꾸려 그곳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가기로 하였다. 아직 1사1촌을 맺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우선 농촌봉사활동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변호사 10명, 직원 8명으로 구성된 지평지성 농활팀이 찾아간 곳은 충주시 죽덕읍 대곡리다. 논농사도 많이 하지만 고추, 땅콩 등의 밭농사와 사과 등의 과수를 많이 재배하는 마을이다.

토요일 오전 일찍 도착하여 토요일 전부 그리고 일요일 오전까지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젊은 그리고 기특한 녀석들이 왔다고 많이 좋아해 주셨다. 우리가 어르신들로부터 지시받은 업무는 땅콩 밭에서 땅콩 캐기, 고추 따기, 밭작물 다듬기 등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땅콩밭에서 장정들 10명이 한나절을 일했다. 해질녘 우리가 뽑은 땅콩이 자루에 담겨 트랙터에 옮겨질 때 밀려오는 가슴 뿌듯함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만의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날 뽑은 땅콩 전부가 시장에 가서 팔리는 가격은 합해서 40만원이라고 한다. 고작 40만원. 장정 10명이 하루 종일 일한 시장가치가 고작 40만원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 농촌의 어려운 현실이다. 책이나 논문에서 농촌의 어려움에 대해 백번을 읽는 것보다 바로 이 현장에서 느끼는 찡함이 농촌의 현실을 더 강렬하게 전해 준다. 그것이 바로 현장의 감동일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육체노동이라 모두들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뿌듯함은 얼굴에 묻어난다. 일을 마치고 맛본 저녁상, ‘노동 후 성찬’의 맛깔스러움은 일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맛이리라. 저녁상엔 이장님과 동네 어르신들도 격의 없이 함께 해 주셔서 농촌의 후한 인심도 느껴 보았다.

어려운 농촌을 돕겠다는 농촌봉사활동, 그런데 다른 공익활동도 그렇지만 우리가 하고 돌아온 농활도 참가하는 우리들에게 큰 교육이 되었고, 마음의 힐링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바로 공익활동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선물 아닐까. 지금 시작한 농활이 단지 농촌봉사활동만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1사1촌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법률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으로 연계하여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로펌의 새로운 공익활동의 좋은 전형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지평지성 식구들은 더욱 노력을 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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