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3. 5. 30. 선고 2012누37564 판결(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
(제1심 : 서울행정법원 2012. 11. 13. 선고 2012구합1622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초등학교의 장과 여러 학기에 걸쳐 학기 단위로 계약체결을 하고 기간제 교원(학급담임교사)으로 일해 왔다. 종래의 계약시에는 계약기간에 방학기간이 포함되었으나, 2011학년도 1학기 계약에서는 방학기간이 제외되었다.

위 학교의 2011학년도 업무분장표상 원고는 학급 담임으로 ‘청소구역배정, 분실물, 화단·화분관리, 실외청소’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있고, 여름방학 실시 전날 원고가 1학기에 담임하였던 학생들에게 배부된 ‘방학 중 학생지도’ 관련 문서에는 비상연락망 중 선생님의 연락처로 원고의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11학년도 여름방학 기간 중 홈페이지의 담임게시판에 방학 중의 생활 및 학습 등에 관한 당부의 글을 작성·게시한 바 있고, 학부모들로부터 방학 과제물과 개학 준비 등에 관한 문의전화를 받고 답변한 적도 있다.

한편, 학교에서는 방학기간동안 돌봄교실 및 영어캠프 외에 방학 중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고, 원고도 방학기간 동안 교육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는 없다.

학교는 원고와의 2011학년도 2학기 계약에서도 최초에는 겨울방학기간을 제외하였다가 그 후 방학기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었고, 원고는 2학기에도 여전히 같은 반의 담임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사건의 진행 경과

원고는 학교에서 원고를 2011학년도 1학기 담임교사로 임용하면서 정규직 담임교사와 달리 방학기간을 계약기간에서 제외하고 방학기간 중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을 하였으나, 지방노동위원회는 방학기간을 계약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시정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의 요지는 계약기간에서 방학기간을 제외한 것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나, 사용자에게 기간제 교원과 방학기간을 포함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름방학기간에 교육프로그램을 거의 운영하지 않았던 사정 등에 비추어 위 방학기간 중 원고를 기간제 교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고는 위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중 방학기간을 계약기간에서 제외한 것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으며, 중앙노동위원회가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상고를 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되었다.

3. 방학기간을 계약기간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제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를 기각하고 있으므로, 구체적 판결 요지는 제1심 판결 이유를 통해 알 수 있다.

제1심 판결은, 우선 해당 초등학교에서 학급담임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교원이 원고의 비교 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다음, 불리한 처우란 사용자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와 비교 대상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원고의 경우에 신현초교에서 학급담임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교원과 달리 방학기간이 계약기간에서 제외됨으로써 방학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고 인정하였다. 나아가, 여름방학기간에 교육활동 프로그램 대부분이 운영되지 않아 기간제 교원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았다고 하나 정규교원의 경우에도 여름방학기간에 특별한 업무수행의 필요성은 없었던 점, 담임교사의 경우 방학기간에도 학생들의 생활안전지도와 다음 학기를 위한 교재 연구, 학생 지도 준비 등의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기간제교원이라고 다를 것이 없는데 원고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2011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점, 여러 해 동안의 계약 내용상 2011학년도 여름방학 외에는 방학기간이 모두 계약기간에 포함된 점 등을 들어,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4. 평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약칭함) 제2조 제3호는 ‘차별적 처우’를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위 1심판결에서 인용되었듯이, ‘불리한 처우란 사용자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와 비교 대상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132 판결).

차별여부를 판단할 때, 첫째 단계로 불리한 처우가 있는지를, 둘째 단계로 그러한 불리한 처우를 함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그런데 그 어느 것보다 우선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근로자가 불리한 처우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기간제법이 예정하는 ‘처우’의 대상 영역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이것은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명령의 대상과 범위가 어떠한지와도 관련된다. 기간제법에 의하면 ‘처우’의 대상영역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근로조건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회는 차별적 처우의 내용을 입법적으로 좀더 구체화하는 개정을 하였는 바, 기간제법 제2조 제3호를 “‘ 차별적 처우”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사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나.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다.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라.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고쳐 이 개정조항을 2013년 9월 23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러나 굳이 그와 같은 개정 규정의 시행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과거부터의 해석론에 의하여도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즉, “근로관계에 기인하여 근로자에게 보장하는 모든 급부를 포괄하며, 그것이 근로계약에서 기초하여 지급의무가 주어지는 것이든, 사용자의 일방적 약속에 기하여 지급의무가 주어지는 것이든, 취업규칙·단체협약·경영협·경영관행에 의한 것이든,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특정한 사정에 기하여 은혜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든 혹은 일회적이든 정기적으로 지급하든 불문하며 단지 그것이 취업관계와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족하고, 임금 그 외의 금품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휴일 휴가 교육훈련 배치전환 안전보건 재해보상 해고 등 기타 복리후생 등도 취업관계와 연관성을 갖는 것이면 모두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박종희 외 4인, 비정규직 차별금지 판단기준 및 운영에 관한 연구, 중앙노동위원회, 2006년, 132면).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하나 제기된다.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 자체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가, 다른 말로 바꾸면 ‘계약기간’ 자체도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여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지방노동위원회는 부정론의 입장에서 ‘불리한 처우’의 대상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긍정론의 입장에서 ‘불리한 처우’의 대상 영역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쟁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에 의하여 중요하게 다투어지지 않아서인지, 각 노동위원회의 판정문과 법원의 판결에서는 결론만이 보일 뿐 부정론과 긍정론의 구체적인 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부정론이 옳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제근로자인 이유는 바로 그 ‘계약기간’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계약기간’을 불리한 처우라 하여 시정명령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아닌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기간제법이 예정하는 차별시정제도는, 기간제근로자라는 점은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사업장 내의 여러 영역에서 기간제근로자라는 이유로 비교대상근로자와 비교하여 불리한 처우를 받는지를 살펴 시정명령을 발하도록 하고 있다.

긍정론은 기간제법의 기본골격과 충돌한다. 2) 만일 ‘계약기간’도 시정명령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면, 모든 기간제근로자는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하면 ‘계약기간’에서 불리한 처우를 입고 있는 셈이고, 기간제법에 의하면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으니, 모든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와 설정한 계약기간 자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지 않고 10개월로 한 합리적 이유를 대보라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요구가 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원고가 정규직 교사와 비교하여 받은 불이익의 내용은 무엇인가? 얼핏 보면 방학기간에 급여를 못 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학기간이 계약기간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급여를 못 받은 것이 아니다. 계약기간이 방학기간을 제외한 짧은 기간이라는 것이 근본적 이유다. 원고가 받은 불이익을 구제하려면, 계약기간 자체를 차별시정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대상판결의 결론이 방학 때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기간제교사의 고통을 헤아렸다는 점에서 그 온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자체도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핵심 쟁점에서 취한 긍정론이 법논리상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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