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만 영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에게도 영토가 있다. 흔히들 직역이라고 한다. 그 변호사의 직역이 사방에서 침범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 영토에 거주하는 변호사의 안위가 위태롭다. 그 침범은 우선 법조계 밖에서 거세다.

변리사들은 특허소송을 변호사와 공동대리 하자고 집요하게 주장한다. 얼마 전 변리사법 전부 개정시안이 발표되면서 특허청과 변리사들의 공세가 다시 매섭다. 세무사들은 세무소송의 공동을 요구하고, 법무사들은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한다. 이런 전통적인 도전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자들도 눈에 띈다. 경비업법, 민간조사업법이란 이름으로 변호사의 영토를 넘보는 사람들이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법조계 내에서 우리의 영토가 침범되는 현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관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 그 축이 움직이기 시작한지는 상당히 되었다. 그런데 법조계는 여전히 관이 주도하여 변호사 업무를 처리하려 한다. 주도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 이것도 엄연한 영토침범이다.

실태를 보자. 법무부 산하의 법률구조공단이 점점 더 세를 크게 하면서 법률구조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조공단 변호사도 변호사이니 직역침범이 아니고, 영토침탈이 아니라고 수수방관할 것인가. 가까운 일본은 법테라스라고 하여 모든 법률구조를 변호사협회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법원도 침입자다. 예전에 민간 변호사들이 담당하던 국선변호를 법원이 운영하는 프로보노 사무실의 변호사들이 맡고 있다. 여기에 부족한지 정부는 정부법무공단을 만들어 변호사의 영토를 침범하고 있다. 변호사가, 협회가 각성하고 영토회복을 선언하여야 한다.

변호사 수가 늘었다고 곡소리가 높다.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대립이 뜨겁다. 다 영토가 침범당해 먹거리가 부족한 탓이다. 늘어난 변호사의 수로 외침을 막아내고, 내부의 직역조정을 이루어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협회는 좀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개별회원도 각성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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