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건강한 상태를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정신건강은 신체건강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기질의 이해와 인성의 발달을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소크라테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너 자신을 알라’이다. 얼마나 쉬운 단어인가? 그럼에도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나로부터 벗어나와 밖에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각자 다들 나름대로의 차이나는 특성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는 내성적이야, 누구는 외향적이야’ 하면서 말이다. 또한 누구는 젊은 나이에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50~60대처럼 성숙해보여 ‘애늙은이’라 부르기도 하고, 나이는 들었어도 하는 생각과 행동이 철없는 10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질’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개인에서 외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 성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서 일생동안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어떤 한 사람의 인성 발달의 원재료 및 기본 틀로 작용한다.

‘성격’은 사회문화적 학습의 영향을 받으며 기질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되는 개인을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양식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자기 개념에서의 개인차가 있고, ‘개인이 어떤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는가,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이해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기질’은 일생동안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성격’은 기질에 의한 자동적 정서 반응을 조절하며 일생동안 지속적으로 발달·성숙할 수 있다. 즉, 죽을 때까지 가꾸고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인성’은 성격과 혼용하여 쓰이기도 하지만, 기질과 성격이 통합되어 나타나는 한 개인의 일관된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다.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persona)’의 어원에서 유래되었듯이 인간의 타고난 기질과 여러 동물적 본능, 충동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 개인의 인성이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은 기질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라도 성격 발달의 차이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 예를 들면, 자극 추구 성향이 강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모험심 많은 탐험가가 되고, 어떤 경우는 반사회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혹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질서정연한 은행가가 될 수도 있고, 강박인격장애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자극에 대한 최초로 나타나는 반응을 기질이라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을 성격이라 할 수 있는데, 이처럼 타고난 기질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고난 기질에 대하여 적절히 수용하고 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게 되면 성격발달의 지체를 초래할 수 있고, 이러한 기질적 정서 반응에 대한 수용에 실패하고, 이를 회피하고 통제를 제대로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어 결국 정신 병리를 야기하게 된다.

인간의 발달을 보자. 대개 20세 성인이 될 때까지 신체 발달과 인성 발달이 일어난다.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만 먹든 잘 먹지 못하든 키가 크고, 아무리 학교를 다니지도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 등과 함께 인성은 발달한다. 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한 프로그램에 따라 성인이 될 때까지 별 노력을 안 해도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듯이 자동적으로 직선형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타고난 발달은 여기서 마치게 된다는 것이며, 성인이 된 시점 이후에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신체 발달은 20세에 멈추지만 인성은 죽을 때까지 변화되며 발달 성숙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부터는 계단식 발달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뛰어넘어야 할 벽과 과제가 계속 나타나게 되며 이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윗 계단으로 올라가면 그 다음 단계로 성숙 발달할 수 있지만, 그 계단을 넘지 못하면 그 수준 단계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기에 나이는 50이 넘었어도 철없는 10대처럼 보이기도 하며, 누구는 20대 나이에도 50-60대처럼 성숙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인성의 성숙과 미성숙은 이기성을 극복하고, 이타성을 확장시키고, 자기를 초월하는 능력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타고난 기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행동의 유연성을 가지며 가치를 추구할 때 성숙할 수 있는 것이며, 기질에 집착, 자동적이고 경직된 반응을 보일 때 미성숙하다 할 수 있다.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보며 ‘난 원래 이래’ 하면서 그 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꾸기에 따라 자신의 성격은 얼마든지 성숙해질 수 있다. 타고난 기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가꿀 때 자신만의 고유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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