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이라는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분쟁 당사자 사이에 제3자가 중개하여 화해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는 제도’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정제도는, 엄격한 의미에서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확정되기 때문에 법관에 의한 재판에서 불복이 허용되는 것과 비교해 오히려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내에서는 첫 시도로 관내 로스쿨인 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로스쿨을 법원 연계형 조정기관으로 지정해서 월평균 10~30건의 조기조정 사건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조정위원인 교수들의 책임 하에 조정을 시도하되 로스쿨 학생들이 적극 관여해 자료조사나 법률 검토 등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조정위원으로서 조정절차에 참여하거나, 사건의 당사자로서 조정을 받으러 가는 경우 입장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조정위원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 조정을 성공시키고 싶기에 결국 마음 약한 한쪽의 일방적 양보를 짐짓 모른 체함으로써 성공률을 높이고 싶어진다. 하지만, 당사자를 대리하여 조정을 받으러 가면 법리를 따지기도 전에 중간쯤에서 타협하라고 말하는 조정위원이 야속하게 느껴지고, 괜히 상대방한테 어줍잖은 심증을 형성해줌으로써 내가 이길 사건을 망치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조정이 가지고 있는 폐단 중 하나이다. 조정을 많이 해보면 누구나 그러한 조정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조정은 당사자 중 마음 약한 사람이 손해라는 인식을 버릴 수가 없고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양보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에서 수십명의 로스쿨 생이 적극 관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조정제도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제도라는 것은 한번 만들 때 신중해야 한다. 도로 주워 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