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계획 밝혀… 당사자 사생활, 영업비밀 등 유출 우려 커

최근 법원에서 로스쿨생들에게 조정을 맡기겠다는 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관내 로스쿨인 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로스쿨을 법원 연계형 조정기관으로 지정해 협약식을 가진다고 밝혔다. 고려대에서는 법관 출신인 정영환(53·연수원 15기) 교수와 변호사 출신 김제완(51·〃17기)·차진아(39·여·〃31기) 교수가, 성균관대에서는 법관 출신인 이해완(50·〃17기) 교수와 민법 전문가인 권철(44) 교수, 중앙대에서는 중재사건 전문가인 이규호(46) 교수가 새 조정위원으로 위촉됐다.
법원은 세 곳의 로스쿨에 월평균 10~30건의 조기조정 사건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조정위원인 교수들의 책임 하에 조정을 시도하되 로스쿨 학생들이 적극 관여해 자료조사나 법률 검토 등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기식 전 성균관대로스쿨 원장(현 서울남부지방법원 조정센터장)도 “실무교육 차원에서 조정에 적합한 사건을 선별하여 조정위원인 교수의 지도 하에 실시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울중앙지법의 시도는 여러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으며 부작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그동안 일반 민사사건 중 건물 인도나 공유물 분할, 임대차보증금 반환, 물품 대금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간단한 사건을 주 대상으로 ‘조기조정제도’를 실시해오고 있었는데, 분쟁당사자의 편의를 위해 비교적 법리가 간단한 사건에 한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분쟁당사자의 감정적 손상을 덜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조기조정제도’ 실시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조정사건으로 배당된 사건들을 주로 변호사인 조정위원에게 보내 약 40일간의 기간 동안 조정위원 1인의 책임 하에 조정을 시도하도록 해 원만히 조정이 이루어지면 그것으로 사건을 영구 종결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소송절차로 재배당시켜 왔었다.
조정이라는 것이 2주 안에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확정되어 버리고 더 이상 불복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는 경우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지므로 조정위원들의 자질이나 사회 경험 등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조정절차의 경우 관여 주체가 아직 학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또한 보호받아야 할 개인적 소송자료가 함부로 열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의 조정전담 부장인 이영진 부장판사는 “보험, 해상 등 법관이 잘 모르는 어려운 분야의 사건을 로스쿨로 보내 조정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보험 해상 등 사건은 오히려 조정에 친하지 않은 사건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중앙지법의 이와 같은 판단은 참으로 위험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로스쿨생의 조정 절차 참여를 재고하라”고 주문했다.
이 성명서에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과 일부 로스쿨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소송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제 사건처리에 로스쿨이 관여하게 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과 “일부 대학에서는 한두 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많게는 수십 명의 로스쿨 학생이 관여해 조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사생활이나 영업비밀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변협은 “아직 대학원생에 불과한 로스쿨 학생이 조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사자들은 왜 적지 않은 소송비용을 들여 법원에 분쟁해결을 의뢰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사법부의 신뢰성이나 권위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해 여전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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