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위공직자로 내정되었던 어느 변호사가 해외에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를 한 혐의가 있다는 점 등이 문제되어 사퇴한 일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변호사 중에 해외에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자리로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해외에 금융계좌 하나씩 운용할 정도로 여유로워지는 그 날을 기대하며, 또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에 대해 관심 있는 우리의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알아두기로 하자.
국세청이 우리가 금융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원천징수제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일정 기간 예치한 것에 대해 그 은행은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그리고 은행은 예금주에게 이자를 지급한 후 그 지급사실을 국세청에 보고하게 된다. 국세청은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가 은행에 얼마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외국에 있는 은행은 한국 국세청에 이자 지급사실을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이 외국에 있는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예금을 해두는 경우 한국 국세청으로서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조세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조세피난처는 금융정보를 절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곳에 금융계좌를 만들어 소득을 유보시키는 경우 국세청이 이를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2011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이다. 이 제도에 따라 해외금융계좌를 가진 한국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은 스스로 알아서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해외에 금융계좌를 만든 사람들이 모두 탈세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고한 계좌를 통해 소득의 변동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쉽게 파악함으로써 역외탈세를 근절하고 국부유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다만, 해외금융회사에 있는 금융계좌를 모두 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보유계좌가 복수인 경우에는 각 계좌잔액을 합산)이 해당 연도 중 어느 하루라도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신고할 의무가 있다. 해당자는 매년 6월 관할 세무서에 직접 또는 국세청 인터넷 홈택스를 이용하여 신고해야 한다.
거주자란 소득세법 규정에 의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은 신고대상연도 종료일 2년 전부터 국내에 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1년 이하인 경우에는 신고의무가 없지만 내국법인의 국외 사업장이나 내국법인이 100% 출자한 해외 현지법인에 파견된 근로자는 신고의무가 있다.
계좌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둘 다 신고의무자가 되며, 공동명의계좌인 경우에는 각자의 지분율에 상관없이 해당 계좌의 잔액 전부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보아 신고해야 한다. 해외금융회사란 국외에 설립돼 있는 금융기관을 말하므로 국내은행 홍콩지점은 해외금융기관인 반면 HSBC 서울지점은 해외금융회사로 보지 않는다.
신고대상 계좌는 해외금융회사에 개설한 현금·상장주식과 관련되어 있는 계좌이다. 즉, 예금·적금 계좌뿐만 아니라 주식·채권·펀드 등 각종 수익증권 거래를 위해 개설한 모든 계좌의 잔고에 현금 또는 상장주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신고대상이 된다. 다만, 2013년 신고 시에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의 거래를 위하여 개설한 계좌는 신고대상 계좌에서 제외되지만 2014년부터는 모든 금융계좌가 신고대상이 되며 그 계좌에 보유한 현금, 상장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 모든 자산이 신고대상이 된다. 즉, 2013년에는 채권계좌에 채권과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채권은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현금만 신고대상이지만 2014년부터는 채권계좌에 채권만 보유하고 있더라도 모두 신고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고대상 계좌에 보유 중인 매일의 잔액을 원화로 환산한 합산 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해당일의 합계액이 가장 큰 날을 기준으로 해당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고대상 계좌의 일별 합계금액이 최고인 날의 각 계좌의 금액을 신고하는 것이며 각 계좌별로 연중 최고금액을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매일의 잔액을 계산하라는 것은 해외금융계좌 보유자에게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으므로 2014년부터는 매월 말일의 잔액을 계산하는 것으로 신고기준이 완화되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자임에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은 대상자에게 미신고 또는 과소 신고한 금액의 10%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매년 연속적으로 부과한다. 반면 다른 사람의 신고의무 위반 관련 중요자료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10억원 이내의 포상금이 지급된다는 사실도 알아 두면 좋겠다.

/류성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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