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골프라운드 중 가장 설렐 때는 드라이버 때리거나 퍼팅 떨구는 때가 아니고 라운드 전날 열넷 쇠막대기 일일이 닦아주면서 담날 선전 부탁할 때!
언젠가 그 채들이 서로 말했다. “날 부르길 드라이버라 하니 운전사만큼 중요한 직책 또 있을까? 이 몸 깨지는 아픔 참으며 첫 걸음 멀리 보내주는데, 대우라니 겨우 달랑 털옷 하나이니 억울하오.”
“스푼, 문안 여쭈오. 어찌 이 몸 밥충이 마냥 숟가락이란 이름 붙였을꼬?!”
그의 동생 “5번 크리크, 할 말 유 하오. 내 몸 쇠인바, 여태 우드라니 존심 팍팍 상하고, 내 힘 빌면 아이언 없이 1백7,80야드 그만 아닌가요?!”
이 때 자신들 배척한 5번 우드 바라보는 아이언 4,5번 눈에 가시 돋고. 아이언 수장 롱아이언 왈 “내 아이언 3번이거늘 아마추어들 손에는 아예 들려보지도 못하고 일생 마치고 마니, 내 신세 골프채인지 지팡인지?”
이어 6,7,8번 아이언 교대로 불편한 심기 늘어놓길 “우리 있어 2번째 타를 그린으로 올려주건만, 풀밭에 몸을 내리 박는 해꼬지만 당하니!”
그러자 9번 아이언 “도대체 이 몸은 골프장에 와서 풀 냄새 한번 못 맡고 가는 날이 태반이니, 이렇게 쓸모없단 말이오?”
피칭웨지가 자기 순서 기다렸다 할 말 하는데 “내가 문 열어 그립던 임 만나게 해주는데, 나한테는 변변한 애칭 하나 없는 실정이오.”
샌드웨지 친구 말 막고 “피칭웨지 넌 아가씨 머리카락 같은 부드러운 잔디 어루만지는데 이 몸 까끌까끌한 모래에 박히는 고통 알기나 하느냐?!”
마지막으로 키 작은 퍼터도 입 있다고 중얼거리는데 “예부터 날 두고 머니라 부르긴 하던데 버디 잡고 내 몸에 입이라도 한 번 맞춰 주는 자 없더군!”
캐디 백 안의 쇠막대기 14우도 제각기 할 말이 그리 많은 모양이다. 성심성의껏 닦고, 조이고, 기름칠은 물론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배려해야할 사!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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