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단어다. MB정권 때 무척 요란스럽게 떠들더니 요즘은 조금 잠잠하다. 너무 과다한 비용을 쏟아부어가며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여기저기서 혼나고 나더니 자숙하는 모양이다.
‘한식 세계화’란 용어. 정부 주도형 이미지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 해서 포기해버릴 수는 없는 화두다. 그런데도 한식 세계화란 말을 쓸 때마다 왠지 쑥스럽고 거북스러운 건 왜일까?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국수주의적인 냄새 때문이다. 나만 느끼는 건지 몰라도 ‘우리 것은 밖으로 알리고, 다른 나라 것은 받아들이지 말자’는 뉘앙스가 있다. 세계화(글로벌)에 걸맞게 남의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깔려있는 새로운 용어를 항상 갈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해 아직까지 ‘한식 세계화’란 단어를 쓰며 설레고 있다.
이런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서양음식 하나 소개하려 한다. 선인장과 카우보이 모자가 떠오르는 멕시코 음식이다. 멕시코 요리는 이탈리아 요리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거부감을 덜 느끼는 음식으로 꼽힌다. 둘 다 우리가 좋아하는 매운 맛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파스타나 피자는 우리 땅에서 짜장면과 빈대떡을 누를 기세인 반면 멕시코 음식은 고작 몇몇 사람만이 피자를 닮은 ‘나초(NACHO)’나 옥수수빵에 싸서 먹는 ‘타코(TACO)’ 정도 간신히 아는 수준이다.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엔 홈메이드 스타일의 멕시칸 레스토랑인 ‘온더보더(On The Border/02-6137-5682)’가 자리 잡고 있다. 외식전문업체 ㈜JRW(대표 이지용)가 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인데 벌써 서울과 수도권에 6개 점포(신촌, 코엑스몰, 타임스퀘어, 압구정, 평촌)을 구축했고, 이달 안에 일산, 다음 달엔 홍대로 점포망을 펼쳐나간다고 한다.
생기발랄하고 친절한 매장 직원들의 설명을 들어가며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훨씬 쏠쏠하다고 판단해 이곳의 작은 지면을 통해 멕시코 음식을 소개하는 건 생략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빠뜨려선 안 될 메뉴가 있다. 바로 ‘코로나리타’ 칵테일.
멕시코의 선인장술 ‘데킬라’를 베이스로 만든 ‘마카리타’에 미니 ‘코로나’ 맥주를 병째 거꾸로 꽂아 만든 것이다. 보는 즐거움과 달달하고 상큼한 맛에 홀짝홀짝 거리다보면 ‘꽐라’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유지상 전 중앙일보 맛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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