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협회장과 회원들의 소통을 위한 이메일 계정을 연지 한달여가 지났다.
바쁘게 사는 변호사들이 얼마나 보내겠는가 했지만 그래도 스무건에 가까운 이메일이 왔다.
서류가방 문의 같은 것에서부터 법무법인의 파트너라는 이유로 수십억원을 물어내게 된 사연까지 변호사들의 고민과 고통이 담겨있다.
소통 이메일을 열면서 걱정스러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 였다. 처음에만 반짝 관심을 받다가 흐지부지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백화점이나 관공서 한 켠에 있는 ‘이용불편신고서’ 같은 것 말이다. 누가 넣은 적도, 꺼내 읽어본 적도 없을 것 같은 먼지 쌓인 신고함을 볼 때의 불편함이 떠올랐다. 또 하나는 포퓰리즘이다. 정식으로 문제제기하고 이슈화되어 해결까지 가려면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책임자, 단체장과 곧바로 이야기하면 해결이 쉽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사장 나와!”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직통’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정상적 체계나 여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무시되기 쉽고 당장 눈에 띄는 화끈한 해결이 가능한 사업에 매달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걱정되는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이것이다. 대한변협은 솔직히 돈도, 권력도 없는 단체다. 당장 입법을 할 수도, 회원들에게 뭐라도 안겨줄 지원책도 만들기 어렵다. 회원들도 이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소통이메일은 소통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창구로서의 기능이 우선이다.
소통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늦은 가을밤 정취를 느끼게 하는 귀뚜라미가 짝짓기를 위해 10시간이 넘도록 고통스러운 자세로 날개를 비벼도 성공률은 5퍼센트도 안 된다.
각자 처해진 상황도, 생각도 다 다르다. 그렇게 각기 다 다른 1만5000회원이 한 목소리를 내려면 소통이 우선이다. 서로 말하고 듣는 노력이 정말 힘들지만 계속되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무엇에 힘들고 어려운지 말할 수 있도록 소통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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