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에 열 생기면 뺨에 뾰루지 생긴다
오장육부와 연관된 외모, 잘 가꾸어야

대한민국 여성들이 세계 어느 나라의 여성보다도 화장을 많이 한다고 한다.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화장을 하는 연령층도 넓은 편이다. 거리든 상점이든 심지어 도서관이든 여성들 중에서 화장을 안 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화장을 안 하고 집밖을 나가는 건 거의 발가벗고 나가는 것과 동급인 셈이다.
곱고 단정해 보이는 외모 혹은 부지런함의 상징이었던 화장이 변하고 있다. 땀구멍까지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카메라의 기능이 좋아진 탓에 피부상태를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게 되었고 영상기술의 진보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쁜 얼굴 ‘민낯’을 찾아내면서 새로운 개념의 미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좋은 피부상태를 가리키는 아기피부, 물광, 촉광, 도자기피부와 같은 말들이 생겨났고 아무리 불경기라도 불황이 없어 늘 백화점 1층을 차지한다는 화장품 코너는 화장을 안 한듯 고운 피부로 보이게 하는 갖가지 화장품과 기능성제품들로 채워졌다.
미인의 조건에 얼굴미인, 몸매미인뿐 아니라 이제 얼마나 건강하고 탄력있으며 아름다운 피부를 가졌는가도 평가의 기준이 되었다.
성형과 몸매관리가 성행하면서 어지간한 얼굴미인과 소위 몸짱들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고 보통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미인에 근접할 수 있는 과학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변별력을 가진 미인으로 불릴 수 있는 새로운 미인, 그게 바로 피부미인인 셈이다.
한의학에서도 피부를 곱게 한다는 여러 처방과 비법들이 있다. 이런 처방 중에 어렸을 때 아주 쓰린 경험을 하게 만든 것이 있다. ‘서시옥용산’이란 이름만 들어도 솔깃한 이 처방은 오나라를 멸망하게 만든 경국지색 서시의 이름을 딴 처방이다. 얼마나 옥같이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주길래 이런 이름이 붙였나 싶어 학생시절에 이 약을 만들어 썼다가 그야말로 낭패를 봤다. 옥같이 곱게 되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이 따끔거리면서 붉게 부풀어 올라 엉망이 된 것이다. 문제는 약재가 아니라 사용 방법에 있었다. 물에 타서 써야 하는 걸 욕심껏 얼굴에 직접대고 문질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중에 유통되는 곡물 알갱이로 만들거나 천연재료를 가루로 내어서 만든 피부팩은 종류에 따라서는 입자가 거칠고 커서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런 피부팩들은 원료자체에 스크럽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 강도를 잘못 조절하면 각질을 제거하는 것을 지나쳐 피부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개인 피부에 따라서는 민감한 재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얼굴 외의 다른 부분에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얼굴에 사용해야 한다.
잊혀지지 않을 서시옥용산의 군약(주된 작용을 하는 약)은 녹두인데 녹두는 술을 먹어서 얼굴이 붉어지거나 잡티가 생길 때 가루내 물에 타서 세안을 하면 도움이 되고 율무는 물사마귀와 같이 습열로 인한 피부질환에 외용으로 사용하거나 내복하여도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한의학에서는 피부를 단순하게 피부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오장육부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얼굴은 위경락이 지나가는 곳이므로 위장의 상태가 쉽게 반영되는데 위장에 열이 생기면 얼굴이 붉어지고 건조해지게 되며 빰에 뾰루지같은 것이 생길수 있고 소화가 거칠게 되면 피부 또한 거칠게 되고 각질이나 잡티가 잘 생긴다.
또 얼굴 부위에서 턱은 자궁의 상태를, 코는 폐의 상태를 드러내는 부위이므로 각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해당 장기의 문제를 같이 해결할 것을 권한다.
주근깨나 기미는 혈이 부족한 경우에 생기기 때문에 평상시 좋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잠을 충분히 자고 태음인의 경우 땀을 흘려서 피부의 순환을 증가 시키는 것이 좋다.
외모가 연봉과 승진에 20% 이상 영향을 끼친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이 정도면 자기를 가꾸는 것 또한 자기개발의 일부라고 봐도 무리 없는 수치가 아닌가?

/오디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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