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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의미 대법원 2012. 2.16. 고지 2009모1044 전원합의체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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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3.06.03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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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안의 경과
피고인은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공소제기되었다가 제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를 제기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70세 이상의 자여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3호에 의한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므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였다.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으로부터 20일이 경과한 시점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였고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하였다. 그러나 국선변호인도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피고인은 항소된 후 약 6개월 정도 지나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을 뿐이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각 도과된 데다 항소장에도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고, 달리 기록상 직권조사사유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4 제1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등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하였다.

2.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을 위하여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이는 피고인을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는데도 항소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4 제1항 본문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면, 이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의 반대의견]
(가) 항소이유서 제도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4 제1항 등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항소인인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를 통지받고도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가 아닌 이상 항소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여야 하고, 이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는지 여부,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과 상관이 없다.
(나)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으로서, 헌법은 변호인의 구체적 변호활동에 관한 결과의 실현까지 국가 또는 법원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는 않으며, 변호인을 국가가 선정하여 주었다거나 법원에 국선변호인의 선정, 선정 취소, 사임 허가 등 일정한 감독권한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보장이 단순히 국선변호인의 선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실효적 보장을 위하여 법원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에 대한 감독권한을 행사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중립적 지위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여야 하는 법원에 피고인을 위한 전면적인 후견적 조치를 요구하거나 그에 기하여 국선변호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한 변호활동을 하게 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3. 검토
가. 관련규정과 판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3 제1항에서는 항소인 또는 변호인이 제361조의 2 기재 소송기록접수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항소이유서 기재내용과 관련하여 형사소송규칙 제155조에서는 항소이유서 또는 답변서에는 항소이유 또는 답변내용을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4 제1항에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위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와 관련하여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다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지 아니한 사정으로 그 선정결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국선변호인의 교체가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지 아니한 사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 2 규정을 적용하여 새로이 선정된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하고, 그 경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새로이 선정된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라 할 것이다”는 판례가 있다.(대법원 2006. 3. 9. 고지 2005모304 결정)

나. 실무상 문제점
항소법원에 의하여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후에 변호인은 소송기록을 열람 등사한 후 피고인과의 접견을 모색하고 항소이유서 작성을 위하여 의견교환을 하게 된다. 구속피고인의 경우 변호인이 접견을 신청하면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불구속피고인의 경우 피고인이 변호인을 방문하거나 약속을 정해 만나야 하는 데 실제 방문하지 않는 등으로 접견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접견을 한 경우에도 피고인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예정이라면서 국선변호인이 신경을 안써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고 변호인은 피고인의 말에 따라 이유서 작성을 하지 않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변호인이 어떤 경위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는 결정문에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실무상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 판결에 대한 평가
다수의견의 논리는 국선변호인으로부터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충분한 조력을 받았는지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구속 피의자·피고인뿐만 아니라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항소심 소송절차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는 공판심리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항소이유서의 작성·제출 과정에서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이는 피고인을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법원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경청할 만한 견해이지만 다음과 같은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첫째, 우선 사선변호인과의 차별에 대한 근거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361조의 4 제1항 소정의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든 국선변호인이든 불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 사선변호인의 경우에는 항소를 기각하고 국선변호인의 경우는 그 선정을 취소하고 다시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절차를 진행하여야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조항의 내용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둘째,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실무상 발생하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견은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너무 피고인편향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변호인이 피고인에게 귀책사유 있음을 주장할 수도 없지 않은가?). 심판권의 주체인 법원이 피고인을 위한 전면적 후견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고 그 근거규정도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국선변호인이 항소기간을 도과하지 않고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기는 하였는데 항소이유가 적절하게 설시되지 않은 항소이유서라고 한다면 새로운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점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논리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감독과 절차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실질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가 반문하고 싶다.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구체적 변호활동에 대한 결과의 실현까지 법원이 책임지도록 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위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법해석으로는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재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aw1004@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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