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이태우 변호사

지역기업 일은 지역변호사에 맡기도록 고문변호사제 내실화 추구
법관평가제 법제화 꼭 이뤄야, 아침저녁 생식으로 건강다지기도

창원은 깨끗하고 잘 정비된 도시였다. 며칠 동안 서늘했던 서울 날씨와는 달리 3시간 기차를 타고 당도한 한여름 날씨의 창원은 햇살이 뜨겁고 밝았다.
“참 살기 좋은 곳이죠. 원래 한해 5~10명 정도 개업해 몇 년 지나면 저절로 얼굴 익히고 서로간의 사정 알고 친하게 지내왔어요. 아무리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사건의 상대방으로 만나더라도 격한 표현을 쓰는 법이 거의 없었어요. 정서라는 게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결속이 잘 되는 곳인데 또 전국 어느 곳에서 온 사람들도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열린 곳이에요.”
이태우 경남지방변호사회장(경남회·사시29회)의 설명을 듣다보니 창원은 참 다층적인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인가 싶은데 목가적이고 최첨단의 공업도시인가 하면 전형적인 상부상조의 정신이 살아있다. 그런 경우 배타적이게 마련인데 고향이 어디든 적응하고 정착하기 좋도록 열린 분위기인 것도 이채롭다.
“차별은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죠. 우리 회원들은 지방이라는 말에도 굉장히 민감합니다. 왜 서울과 지방이라는 분리어를 쓰느냐고. 서울이 중심이고 지방은 들러리냐고. 변협신문에서 자꾸 지방, 지방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아무도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 진의만 전달될 것인가. 대한변협은 14개의 지방회가 있고 1만5000여 회원이 있지만 서울회 소속이 이미 9000여명이다. 이 과도한 불균형 속에 변협은 어떻게 중심을 잡고 전국조직으로서 회원들을 하나로 묶어낼 것인가. 일단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서 대한변협에 바라는 바를 물었다.
“가장 먼저는 연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는 겁니다. 기왕 의무연수를 하고 실질적으로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지역 회원들에게도 찾아오는 연수를 해주세요. 성년후견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공부하고 싶어합니다.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6월에 경남회에서는 민사집행법, 특허법을 자체 교육합니다. 10월에는 법관들이 강의를 맡아주기로 했어요. 회원들에게 알리고 모으는 것은 저희가 할테니 협회에서 우수한 강사진을 보내주면 좋겠어요. 경남회는 지난 2월 경주연수 때 45명의 회원이 참여, 최다 등록을 기록했어요. 참가비를 25만원씩 지원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연수를 하면 최대한 지원할 겁니다. 그리고 법관평가를 전국단위에서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법조일원화, 평생법관제 다 좋은데 평가하고 견제할 장치 없이 대다수가 정년까지 판사를 하는 구조라면 문젭니다. 2, 4년 전 거쳐 간 판사거나 다른 지역에 가서 재판을 받아보았거나 한 십년 변호사 업무하다보면 전국 법관들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몇 년 전 재직했던 판사라면 지금 당장 사건이 걸려 있지 않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전국 변호사가 제대로 평가한다면 평가의 자료도 풍부하고 훨씬 깊이 있는 평가가 되지 않을까요? 변협이 그걸 주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회장은 경남회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변호사를 위해 변협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하는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느껴졌다. 회장은 그런 것인가 보다. 개인보다 단체를, 지금보다 미래를 고민하는 것.
전관예우라는 고질적 병폐를 근원적으로 막는 방법으로 법조일원화, 평생법관제가 대안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평생법관제가 한번 법관이 되면 평생 법관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면 국민에게 얼마나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인가.
“또 하나 지방법원의 이름과 변호사회의 이름을 통일시키는 작업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경남회만 해도 관할 법원은 창원지법인데 법원과 변호사회가 이름이 달라 혼란을 줍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불일치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어요. 통일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정색하고 경직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겁게 이끌어 갔다. 무엇보다 빙빙 둘러 좋게 말하기보다 곧장 핵심으로 들어가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통상 말해지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답변에는 “에이, 위선적이잖아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거창하게 변호사회가 이런 이런거 하겠다 하는 거 듣기는 좋지만 사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그저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거, 소모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려고요. 등산, 골프, 독서, 종교 모임 같은 소모임들이요. 청년변호사 연수비도 지원하고요. 창원이 국가산업단지인데 고문변호사가 유명무실해요. 밀착형 고문제도가 될 방법이 없나 고민 중이에요. 상공회의소와 연계, 기업들에 신청을 받아 자매결연식도 하고 월1회 무조건 방문해 밥이라도 같이 먹게 하는 등 인간적 유대를 쌓을 수 있도록 하려고요. KTX 연결되니 큰 사건은 죄다 서울변호사들이 해요.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지역경제고사의 주범이랄까요. 편해진 건 맞는데 지역경제 위축, 서울집중 심화를 만들어요. 십수년 못 본 연수원 동기들을 요새 법원에서 마주친다니까요. 인위적 분산을 하는 것이 어렵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해요. 지역기업은 지역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도록 만들 대책 말입니다.”
경남회는 2011년에 20명, 2012년에 30명이 늘었다. 한데 2013년에는 5월이 채 다가기도 전에 벌써 10명이 늘었다. 이젠 회원이 235명이나 되어 서로 얼굴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서로간의 예의를 중시했다면 요새는 서면으로 상대의 감정을 난도질하는 상황도 왕왕 생겨난다. 사이좋게 잘 지내던 지역사회가 살벌한 경쟁과 치열한 생존의 장으로 변모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일 것 같다.
“제가 개업할 때 대출한도가 걸려 3000만원씩 3군데에서 대출받아 사무실을 열었는데요. 그래도 열심히 일하니까 몇년 안에 갚아지더군요. 당시에 창원은 착수금이 80~100만원이었는데도요. 그래도 처음 시작하던 해 8월,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보름여 전화 한통 없고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을 때는 정말 막막하더군요.”
선배들은 그래도 살만하지 않느냐고, 지금 청년 변호사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선문답 같은 답이었지만 선배가 딱히 무슨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그저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라고 할 밖에.
이 회장의 얼굴은 맑고 환하게 빛나고 중년의 몸집 같지 않게 슬림해 비결을 물었다. “아침 저녁으로 생식을 먹어요. 점심은 걸어서 15분 거리인 집에 가서 먹고요. 다행히 아직까진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건강식으로 먹으니 중이염도 저절로 낫고 장점이 너무 많아 정말 주변에 열심히 권해드리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녁 아홉시, 인터넷으로 생식을 주문했다. 열심히 따라 해서 이 회장처럼 건강해져야겠다. 이회장의 권유 덕분에 깨끗한 피부와 슬림한 몸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내가 한 최고의 인터뷰로 기록될 것이다.

/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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