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건강 검진을 했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암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건강검진 하나 마나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 검진은 무용지물인가?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건강 검진의 항목을 보면 가격대 별로 다양한데 이 의미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가격대의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몇 십만원 하는 것도 있고 수백만 원 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어느 정도는 해야 하지? 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또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매년 다른 기관에서 받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한 기관에서 꾸준히 받는 것이 좋은지. 내 경우는 흉부 X-ray 검사를 하면 폐결핵이 보인다고 나온다. 아주 오래전에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고 그 흔적이 보이는 것인데 매번 처음 보는 의사들은 집중 검사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 귀찮기 짝이 없다. 이런 경우 늘 하던 기관 같으면 지난 검사 자료가 있으니 별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다른 기관에서 하게 되면 또 집중 검사를 권유 받게 된다. 그러니 한 기관에서 꾸준히 추적 검사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는 한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같은 기관에서 하면 사실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을 대충 지나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할 수 있다. 건강 검진은 정말 뭘 어찌 하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건강 검진은 한국의 독특한 의료 문화다. 선진국으로부터 유래된 그런 것이 아니다. 검사라는 것이 특정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시행하는 것이지 예방 차원에서 무작위로 검사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척 비효율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에서도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이 활성화 된 계기는 다분히 수익적인 측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의료 수가 정책이 저수가로 지속되다 보니 병원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그러던 차에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다가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건강 검진은 당연히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실 건강 검진 그 자체는 병원 경영에 아주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초창기에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얼마나 좋은 논리인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만성 질환 또는 암과 같은 중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당연히 큰 틀에서 보면 환자들에게도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대형 병원의 입장에서는 건강검진으로 인한 자체 수익보다는 검진을 통해 질병이 발견되고 그것이 그 병원의 치료로 이어진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단 건강 검진이 신뢰도가 아주 높다는 전제가 되면 그렇다.
그런데 아쉽게도 건강검진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다. 일단 사람이 하는 일이니 검진에서도 분명 에러가 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 내시경을 했을 때 실제는 조기 위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놓칠 수가 있다. 아주 드물지만 아예 보지를 못하거나 아니면 뭔가를 발견하고 조직 검사를 했는데 거기서 잘못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 건강 검진 후 수개월이 지나서 상복부가 더부룩하거나 속이 쓰린 현상이 왔을 때 환자는 수개월 전에 건강검진에서 이상 없다고 했으니 일시적인 소화불량 정도로 여기고 무시할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건강 검진을 안 받느니만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검진은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어지간한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과거와 달리 결과가 무척 좋으니 말이다. 그러니 정기 검진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본인에게 필요한 항목들을 검진 센터의 직원과 상의해서 선택해야 하고 과거의 검진 자료들은 잘 보관하거나 동일한 기관에서 추적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절대 검진을 과신하면 안 된다. 최근에 건강 검진을 했고 별 이상이 없다고 했더라도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무시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이는 건강검진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건강 유지의 방편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비싼 검진 프로그램과 호화로운 검진 센터가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박종훈 고려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pjh1964@hanmail.net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