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지체상금 약정 있지만
분양자 채무불이행에 대한 약정없는 경우 수분양자 규정
준용할 수는 없고 채무불이행 요건 사실 모두 입증해야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590 판결

대상판결 요지
분양계약서에서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납부책임과 그 금액만을 규정하고 매도인인 소외 조합 및 원고(필자 주: 수분양자)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지체에 적용되는 위 지연손해금 조항이 당연히 매도인에게도 적용되어 동일한 내용의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는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로 입은 손해만을 ‘민법 제393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의 지연으로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고가 약정한 시기에 분양목적물인 체비지를 인도받지 못하는 데 따른 사용이익 상실과 소유권이전등기 지연으로 인한 처분 등 활용기회의 상실 등에 따른 손해라고 할 것이고, 다만 토지구획정리사업시행자가 환지처분 전에 체비지지정을 하여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양수인이 토지의 인도 또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양수인은 당해 토지에 관하여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여 당해 체비지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지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도 이러한 체비지의 성격을 감안하여야 한다.

평 석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04. 2.경 소외 조합과 사이에 토지구획정리사업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이다. 소외 조합은 2004. 11. 12.경 피고(수분양자)에게 위 토지구획정리지구 중 28블럭 12롯트 385.6㎡의 체비지(이하 이 사건 체비지)를 분양대금 137,176,760원에 분양하기로 하였는데, 위 분양계약의 매도인 란에는 소외 조합과 함께 원고도 기재되어 있었다.
위 분양계약 제3조는 피고의 잔금 납부일자를 2005. 10. 30.로 하되, 단지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잔금 납부일은 개별필지조성공사 준공 및 필지분할완료일(2005년 12월중) 이후로 할 것을, 제7조 제1항은 매수인인 피고가 중도금 및 잔금을 납부일자 내에 납부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그 연체일수에 대하여 연 18%의 연체료를 가산하여 매도인에게 지급할 것을 각 정하고 있었다.
피고는 2004. 11. 10.경부터 2004. 12. 24.까지 위 분양대금을 모두 납부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분양대금을 완납한 날 즉시 이 사건 체비지에 관하여 피고를 체비지대장에 소유자로 등재해주었으나, 분양계약상 개별필지조성공사 준공일인 2005. 12.까지 준공 및 이 사건 체비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못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분양계약상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체하였음을 이유로 분양계약 제7조 제1항에 의거, 원고에게 2006. 1. 1.부터 분양대금에 대한 연 18%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지급명령결정을 받았으며, 피고는 위 지연손해금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이 사건 분약계약이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납부책임만을 규정하고 ‘분양자로서 매도인의 지위에 있는 소외 조합 및 원고’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공평의 관념이나 신의칙상 매도인에게도 수분양자의 지연손해금 납부의무와 동일한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원고가 분양계약상 준공일인 2005년 12월까지 준공을 마치지 못한 이상 위 분양계약 제7조에 따라 수분양자인 피고에게 연 18%의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그 법리적 근거로 위 관련판결을 들었다. 또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지연손해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3. 수분양자에 대한 지체상금 규정을 분양자에게도 준용할 수 있는지 여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채무불이행 사실, 손해의 발생, 손해액 등의 요건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다만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의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손해의 발생이나 손해액에 관한 입증책임은 면제된다.
지체상금 약정은 일종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인바, 이 사건의 경우 수분양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지체상금 약정이 있으나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지체상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수분양자가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채무불이행 사실, 손해의 발생, 손해액 등 요건사실을 모두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고 만연히 수분양자에 대한 지체상금 책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지체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며, 대상판결은 이를 명확히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원심판결은 수분양자에 대한 지체상금 규정을 준용하면서 관련판결을 근거로 들고 있으나, 대상판결은 ‘관련판결은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이 없더라도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될 때에는 그에 따른 지체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를 판시한 것에 불과하고 매수인에 관한 위약금 약정이 당연히 매도인에게도 적용되어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하면서 관련판결이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4.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의 산정기준·체비지의 특수성
기존에 대법원은 체비지의 경우 양수인이 토지의 인도 또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양수인은 당해 토지에 관하여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여 당해 체비지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진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44886 판결 참조), 체비지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더라도 ‘체비지대장에의 등재’라는 특수한 방법으로 물권 유사의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무상으로도 체비지대장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는 그 체비지에 관하여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체비지대장 명의 변경을 통해 체비지를 양도할 수 있으며, 그 체비지에 관한 납세의무자로서 취득세 및 재산세를 부과받았다.
대상판결은 체비지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원고가 이 사건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의 지연으로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도 이러한 체비지의 성격을 감안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피고의 손해는 원칙적으로 약정한 시기에 체비지를 인도받지 못한데 따른 사용이익 상실과 소유권이전등기 지연으로 인한 처분 등 활용기회의 상실 등에 따른 손해이나, 분양대상토지가 체비지인 경우 피고가 체비지대장에 등재되었는지 및 그 시기가 언제인지, 비록 환지처분에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분양받은 체비지의 토지 조성공사가 사실상 완료되어 피고의 의사에 따라 그 사용·수익이 가능하였던 시기가 언제인지, 원고나 소외 조합이 토지조성의 완료에 관하여 피고에게 통지를 하였거나 피고가 다른 경위로 이 사건 체비지의 사용,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는지, 체비지대장에의 등재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다른 어떠한 토지 활용의 장애가 남아 있었는지 등 체비지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원고의 손해배상 범위와 금액을 정하여야 한다고 하여, 손해배상액 산정기준을 명확히 밝혔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41014 판결

판결 요지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상의 이주대책에 의한 이 사건 택지의 분양계약은 사업시행자와 이주자 사이에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계약의 내용도 택지분양 사업자인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하여졌고, 이 때문에 분양계약자인 원고들로서는 계약서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없이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위 법상의 이주대책의 근본 취지에 맞게 분양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계약서 조항을 작성하여야 하며, 만약 이러한 행위 원칙에 반하는 계약서 조항은 경제적 약자인 수분양자의 보호를 위하여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인 신뢰와 형평에 맞게 수정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분양계약서 제5조에는 분양계약자인 원고들은 중도금 및 잔금지급 기일까지 분양대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면 그 약정기일의 다음날부터 납입일까지 연 19%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한 반면, 피고가 사업수행상 차질이 생겨 원고들이 분양받기로 되어 있는 이주택지의 사용승낙기일을 지키지 못하였을 경우 원고들이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에 대하여 지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명시적 규정은 없는바, 비록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위와 같은 지체상금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약정된 이주택지 사용승낙일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수분양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그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함은 당연한 법리이다.
더욱이 원고들의 중도금 및 잔금의 납입지연에 대한 연체료 지급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피고의 이행지체에 대하여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이나 신의칙상 타당하고, 또 당사자의 의사에도 합치된다.



/판례제공 : 범현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