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칼럼제목을 보고 무슨 정치 이야기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란다.
농경사회에서는 씨 뿌리고, 물 대고, 김 매고, 추수를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했다. 농부가 손오공처럼 비를 맘대로 내리게 하고 볕이 쨍쨍 들게 하는 도술을 부리는 기술이 없었으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 그래서 그에 따른 달력을 절기(節氣)로 만든 것이 바로 요즘도 농사나 야외행사 할 때 참고자료로 잘 쓰는 24절기이다.
전국민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골프를 농사 이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24절기라는 과학적 시즌을 따로 만들어 농사에 활용했던 조상들처럼 ‘골프 24절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2월 4, 5일경이 되는 ‘입춘’을 ‘입골’로 정한다. 이때 겨우내 광에 넣어둔 괭이나 삽을 꺼내 닦으며 새농사에 대비한 것처럼 ‘입골’ 때는 역시 신발장에 넣어둔 골프클럽을 꺼내 개수가 맞나 세어보며 헤드랑 샤프트를 잘 닦으며 새로운 시즌에 대비할 일이다.
뭐, 요즘 농사철이 어디 따로 있느냐고? 하긴 비닐하우스의 녹색채소가 한겨울에도 무한정 넘쳐난다. 그럼 한국 골퍼들에게는 태국, 필리핀이 ‘골프비닐하우스’이다. 그러나 신토불이라고, 한국인은 역시 한국 잔디에서 한국햇볕 쬐며 치는 골프가 온상에서 기른 ‘양식골프’보다 맛있다.아니, 재미있다.
아직도 오늘 칼럼제목 ‘5·16에서 10·26까지’가 이해되시지 않은가? 한국의 기후는 5월 중순께에 골프장 잔디를 최고로 푸르게 만들어주고 그 기운이 가을이 끝나가는 10월 하순까지 이어진다. 지금이기도 한 이때가 골프하기에 그만인 시기!
이게 우연이지, 무슨 쿠데타 같은 걸 함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괴이하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