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이 사건은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가 1998년 7월 인도 특허청에 출원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Gleevec/Glivec), 즉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beta crystalline form)에 관한 것이다. 위 특허출원에 대해 2006년 1월 인도 특허청은 2005년 개정 특허법 제3조⒟의 “이미 알려진 물질의 신규형태의 단순한 발견으로서 해당 물질의 이미 알려진 효능이 향상(enhancement of known efficacy)된 것이 아니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하였다. 이에 노바티스는 2006년 8월 마드라스 고등법원에 위 거절결정의 취소 및 특허법 제3조⒟가 TRIPs 협정과 인도 헌법 제14조(법 앞의 평등)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제소하였다. 그 가운데 위 거절결정의 취소에 대해서는 2007년 4월 인도 지적재산상소위원회(IPAB : Intellectual Property Appellate Board)에 사건이 이송되었다. 즉 2007년 4월 IPAB의 설립으로 거절결정의 취소에 대한 관할이 변경되자 IPAB에 이송된 것이다. 그래서 마드라스 고법은 TRIPs 협정 위반 및 헌법 위반에 대해서만 2008년 8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TRIPs 협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WTO의 분쟁해결기관(DSB)에 제소해서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고 인도 법원은 이 쟁점에 대한 관할이 없다는 이유로, 또 특허법 제3조⒟의 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특허청장의 자의적 해석으로 원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바티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지적재산상소위원회는 2009년 6월 거절결정의 취소에 대해 심결하였는데, 위 심결에서도 인도 특허청의 글리벡에 대한 특허출원의 거절이유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즉 심결은 특허법 제3조⒟에 근거하여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은 효능에 관한 특성상 이미 알려진 물질(이마티닙 또는 이마티닙 메실레이트)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위 심결에 대해 노바티스는 2009년 9월 인도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

인도 대법원은 2013년 4월 1일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the beta crystalline form of Imatinib Mesylate), 즉 글리벡의 특허출원에 대하여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노바티스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쟁점인 인도 특허법 제3조⒟와 관련하여 판결은 “질병의 치료를 청구항으로 하는 의약품 사건에서 효능(efficacy)이란 ‘therapeutic efficacy’(치료효과)로써만 테스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시한 다음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이 이미 알려진 ‘이마티닙’ 물질과 비교하여 30퍼센트의 생물학적 이용도의 증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러한 이용도의 증가가 “치료효과의 향상을 가져오는지 여부는 연구 데이터에 의해 명확히 청구항에 기재되고 증명되어야(specifically claimed and established by research data)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것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하여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글리벡)은 특허법 제3조⒟의 특허대상이 되지 못하는 발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해설

1. 문제의 제기―의약품특허와 공중보건의 보호
인도의 1970년 특허법은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복제의약품 산업이 번성하였다. 이로 인해 인도는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었으며 1970년 특허법은 ‘개발도상국의 모델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인도는 2005년 특허법을 개정하면서 물질특허제도를 받아들였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의약품에 관한 인도 대법원 판결은 2005년 개정 특허법이 불특허사유를 규정한 제3조⒟의 해석을 둘러싼 사건으로서 1970년 특허법의 개정 경위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이 사건은 의약품특허와 공중보건 보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2. 인도 특허법의 개정 경위와 2005년 개정 특허법 제3조⒟의 의미

가. 인도 특허법의 개정 경위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의 1970년 특허법은 제조방법만 다르면 동일한 물질을 복제하여 의약품으로 생산·판매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10분의 1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유통시킬 수 있었다.
한편, WTO/TRIPs 협정은 의약품(및 농업화학품)에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와 같은 개도국에 대해서는 동 협정의 발효 이후에도 2004년 말까지 물질특허의 시행을 연기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다(협정 제65조 제4항). 다만 의약품(및 농업화학품)에 대한 특허부여를 유예하는 기간 중이라도 개도국은 특허출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협정 제70조 제8항), 그 특허출원이 이루어진 의약품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국에서 특허가 부여된 경우 ‘배타적 판매권’(exclusive marketing rights)을 부여하도록 하였다(협정 제70조 제9항).
인도는 1995년 1월 1일 WTO/TRIPs 협정의 발효와 함께 WTO 회원국이 되었는데, 1994년 당시 ‘신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있던 인도 정부는 위 협정의 발효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의약품의 물질특허를 인정하는 1994년 특허개정법령{Patent (Amendment) Ordinance}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한시법인 이 법령은 기한 내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여 실효되었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의약품의 특허출원제도를 행정조치에 의해 실시하였으나 인도 법제에서는 행정조치에 의해 ‘배타적 판매권’을 부여할 수 없었다. 이에 미국은 물질특허제도의 시행에 이를 때까지의 유예기간 중에 특허출원제도를 마련하고 ‘배타적 판매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인도를 WTO/DSB (분쟁해결기관)에 제소하였고 인도는 TRIPs 협정 제70조 제8·9항을 위반하였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도는 1999년 특허법을 개정하여 1995년 1월 1일 이후 발명된 의약품에 대해서 특허출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인도 정부는 TRIPs 유예기간의 종료와 동시에 2005년 물질특허를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특허법을 개정하였다.

나. 2005년 개정 특허법 제3조⒟
인도의 2005년 개정 특허법은 물질특허제도의 도입을 비롯하여 특허대상이 되지 않는 발명을 종전보다 엄격하게 규정한 제3조⒜ 내지 ⒫의 불특허사유 조항과 특허부여 전 이의신청제도(pre-grant oppo sition) 등도 마련하였다.
제3조⒜ 내지 ⒫의 내용을 보면, 예컨대 유럽특허협약(EPC) 제52조 제2항의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과 제53조의 ‘발명으로서는 성립하지만 불특허대상이 되는 것’(exceptions to patentability)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형태의 입법이다. 그 중에서 노바티스의 글리벡 특허출원 사건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이 제3조⒟의 불특허사유이다.
제3조⒟ 조항은 “이미 알려진 물질의 신규형태의 단순한 발견으로서 해당 물질의 이미 알려진 효능이 향상된 것이 아닌 것, 또한 이미 알려진 물질의 신규특성 혹은 신규용도의 단순한 발견으로서, 또한 이미 알려진 방법, 기계 혹은 장치의 단순한 용도의 단순한 발견으로서 신규물건을 만들어 내거나 적어도 하나의 신규 반응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 법에서 말하는 발명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아울러 이 조항의 설명(explanation)에서는 “본 호의 목적상, 이미 알려진 물질인 염(塩), 에스테르, 에테르, 다형제, 대사물질, 순수형태, 입자상 물질, 이성체, 이성체 혼합물, 복합체, 배합물 및 다른 유도체는 그것들이 효능에 관한 특성상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이상 동일 물질로 간주한다”고 부연한다.
제3조⒟는 의약품의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즉 기본이 되는 의약품의 물질특허를 부여받은 후에 신규의 결정형 또는 신규 타입의 염( ) 등 기본발명에 사소한 개량을 가한 발명에 기해 여러 개의 특허를 단계적으로 출원함으로써 기본발명의 실질적 보호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연장하고자 시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 대법원은 ‘글리벡’ 특허의 불인정을 판결한 것이다.

3. 우리나라 특허법 관점에서의 이해
이 사건 ‘이마티닙 메실레이트의 베타결정형’(글리벡)에 대한 특허는 ‘결정다형’(polymorphic crystal form)에 관한 특허문제이다. 결정다형이란 동일한 화학조성(化學組成)을 가진 동일한 분자(分子)이지만 결정 중의 분자의 배열방법이 달라 별개의 결정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 물질특허(기본특허)의 실시례에 이미 기재되어 있다고 인정될 수 있어서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또 물질특허의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으로부터 당업자라면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고 될 수 있어서 진보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후2865 판결은 이미 알려진 물질의 물리적 구조에 대하여 그 결정형만을 달리하는 경우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선행발명과의 비교실험자료는 아니더라도 질적인 다른 효과 내지 양적인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명확히 기재되어야 하고,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출원일 이후 신뢰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4. 소결
우리 대법원 판결 취지와 비교할 때 인도 특허법 제3조⒟의 특징은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부정되는 발명들을 유형화하여 ‘불특허사유’로 규범화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의약품의 특허문제가 공중보건과 건강권의 보호에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인도의 2005년 특허법 제3조⒟의 규정은 비교법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조항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위 조항을 모델로 삼고자 연구 중에 있다.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imm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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