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등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재산적 권리를 고의 또는 과실로 침해한 경우에 그 침해자를 상대로 하여 금전적 배상인 손해배상을 구함에 있어서 권리자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어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즉, 침해자가 침해행위에 의해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권리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규정(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같은 조 제2항),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이 되나 위 규정들에 의하더라도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법원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제126조) 등이다. 그러나 미국 및 중국 저작권법에서와 같은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2011년 개정 저작권법은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법정손해배상제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네트워크 환경의 확장으로 인한 저작물의 대량유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그동안 상당수의 판례가 집적된 미국 저작권법상 법정손해배상제도의 판단기준을 살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 도입된 법정손해배상제도 운용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Ⅱ. 미국의 법정손해배상제도 규정 및 판례이론
미국 저작권법은 법정손해배상에 관하여, “저작권자는 최종 판결이 있기 전에는 언제든지 그 선택에 따라서 실제 손해와 이익에 갈음하여, 저작물 1개에 관한 소송에 관련된 모든 침해로서 침해자 1인이 단독으로 책임을 지거나 2인 이상이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행위에 대하여 750달러 이상 3만 달러 이하의 금액 중 법원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법정손해의 판정액에 따른 구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때 편집저작물이나 2차적저작물의 모든 구성 부분은 하나의 저작물을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침해행위가 고의로 행해졌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법원은 재량에 의하여 손해의 판정액을 15만 달러까지 인상할 수 있으며, 반대로 침해자가 자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때에는,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손해의 판정액을 200달러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하의 미국 판례 이론을 검토하여 요약한 내용은 필자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과제로 수행한 ‘법정손해배상제도에 관한 연구’ 중 일부이다. 각 내용에 대한 구체적 출처(판례)의 인용은 본 해설논단의 편집방침과 지면관계상 생략하며, 그 출처에 관하여는, 필자의 저작권법 제3개정판, 박영사(2013), 제1452면 이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음에서 언급하는 내용 중에는 서로 배치되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이 분야에 관한 미국의 판례가 아직 형성 중에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하겠다.

가. 저작권 등록
◎미국저작권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로서 등록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각 저작물(사진저작물)이 법정손해배상산정과 관련하여 자동적으로 별개의 저작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 TV시리즈의 개별 에피소드는 독자적인 저작권등록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법정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독자적인 저작물로 평가될 수 있다.
나. 고의여부의 판단 기준(법정손해배상액 증액의 고려요소)
◎ 침해과정에 있어서 침해자의 지속적인 기망행위는 물론이고, 변론 등 소송절차에서 침해자가 행한 지속적인 기망행위 등 침해자의 침해 이후의 반성 없는 행동도 고려할 수 있다.
◎ 권리자가 제출한 소장을 송달받고도 침해자가 그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거나 준비기일이나 변론기일 등에 법원에 출석하지 않거나 답변서 기타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 행위는 고의 또는 악의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 선의여부의 판단 기준(법정손해배상액 감액의 고려요소)
◎ 음반 라벨이나 용기의 표면에 저작권 고지 문구(copyright notice)가 기재되어 있으며, 침해자가 합법적인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상황에서 침해행위를 한 경우, 침해자가 적절한 조사를 해 보았다면 해당 저작물이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다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 나아가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한 권리자의 침해행위중지 등 고지 이후에도 침해적인 영업활동을 변경하거나 중지하지 않은 경우 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 저작권 침해의 고의성에 대하여는 저작권자에게, 그리고 저작권을 선의로 침해했다는 점에 대하여는 침해자에게 입증책임이 존재한다.
라. 법정손해배상 청구권의 개수 판단 기준
◎ 법정손해배상에 관한 연방저작권법 제504조(c)(1)의 규정, 즉 ‘편집저작물이나 2차적저작물의 모든 구성 부분은 하나의 저작물을 구성한다’는 규정과 관련하여 편집저작물 또는 2차적저작물의 일부에 대한 권리가 상이한 복수의 저작권자에게 귀속되는 경우 이를 하나의 저작물로 보아 단일의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는 단일의 편집저작물 내지 단일의 2차적저작물이 동일한 저작권자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해석된다.
◎ 따라서 Playboy v. Sanfilippo 사건에서 캘리포니아 남부지방법원은 Playboy 잡지사가 출판한 개별 사진들은 특정 모델, 사진사 및 장소와 관련한 독립된 저작 노력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저작물의 일부로 출판되었다고 하더라도 분리된 저작물로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Berg v. Symons 사건에서 텍사스 남부지방법원은 귀걸이, 목걸이, 팔찌, 장신구, 단검 등 벨트 버클 등 서구식 보석·장신구의 디자인을 침해한 피고에 대한 법정손해배상의 청구사건에서 이들 디자인이 미국 저작권청에 하나의 양식(form)으로 일괄 등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다수의 디자인은 각각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독자적인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법정손해배상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저작재산권이 가지는 가분성(divisibility)으로 인하여 하나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분할되어 복수의 저작권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저작물 침해에 대하여는 하나의 단일한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하려는 것이 법정손해배상제도 입법의 기본적 취지이다.
◎ 소설의 저작권자 A가 그 소설에 대한 저작권 중 영화화할 권리를 B에게 양도하거나 배타적발행권을 설정한 경우, 저작권의 가분성으로 인하여 B가 그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의 일부 또는 배타적발행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법정손해배상액의 개수를 확대하지 못한다.
◎ 과거 미국의 법원들 중에는 하나의 저작물에 대하여 한 사람에 의한 여러개의 침해 행위가 있는 경우에 중첩성의 원리에 따라서 침해행위의 시간적 간격과 침해행위의 이질성을 고려하여 여러개의 법정손해액을 인정한 바 있었으나, 한 사람이 하나의 저작물에 대하여 아무리 많은 침해행위를 하더라도 하나의 법정손해배상책임을 진다.
◎ 6개의 서로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키마우스(Mickie Mouse)와 미니마우스(Minnie Mouse)는 각각 하나의 저작물을 구성할 뿐이기 때문에 이들의 침해에 대하여는 2개의 법정손해배상만을 인정한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방송물(TV 드라마)에 대하여 8개의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한다.
◎ 7개의 CD에 수록된 13개의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음악에 대해 13개의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침해된 음악은 각각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분리된 법정손해배상을 구성한다고 판단).
◎ 이에 반하여 개별적인 노래나 트랙(track)에 대한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 사례에서는 미국 저작권법 제504조의 입법연혁에 비추어 볼 때 하나의 편집저작물의 모든 구성부분은 법정손해배상액 결정에 있어서 하나의 저작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각 음악앨범은 하나의 편집물이고 법정손해배상은 노래 단위(per song)가 아니라 앨범 단위(per CD)로만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 다수의 침해자가 ‘독자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을 침해한 경우에 저작권자는 각각의 침해자에 대하여 각각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침해자가 서로 관련돼 있을 때, 즉 공동불법행위로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침해자 중 한 사람에게 또는 침해자 모두를 상대로 하나의 법정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 즉, 둘 이상의 침해자가 단일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침해행위에 관여한 경우 하나의 법정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 둘 이상의 사람이 하나 이상의 침해행위에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하나의 저작물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에 대해 별소로 제소되더라도 전소에서의 판결채무의 변제는 후소에서 유효한 항변으로 기능한다. 둘 이상의 사람이 동일한 저작물의 개별적인 침해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책임을 지고 그들이 개별적인 침해행위로 인하여 부진정연대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각 침해자는 독자적으로 책임을 지며, 그 중 한 침해자의 판결채무의 변제는 다른 침해자의 책임을 면제하지 못한다.
◎ 침해자 1인이 행한 복수의 침해행위에 의하여 동일한 저작물이 침해된 경우 단일한 하나의 법정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 원고 1인이 다수의 별소에서 개별적인 침해행위를 이유로 동일한 침해자를 상대로 각각 최소한 법정손해액의 하한을 청구한 경우, 연방저작권법상으로는 원고가 이와 같이 다수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는 규정이 없으나, 원고의 이러한 청구는 기판력(res judicata)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 법정손해배상의 청구권의 개수는 원칙적으로 침해된 저작물의 개수 및 개별적인 저작권책임을 질 침해자의 수에 좌우되고 저작물의 침해행위의 개수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

Ⅲ. 맺으며
이상에서 법정손해배상제도에 관한 개략적인 내용과 미국의 판례이론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대륙법계에서는 생소한 법정손해배상제도가 우리 저작권법에 도입된 이상 가급적 우리 법체계와 조화될 수 있는 해석을 통하여 이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에 대한 운용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의 판례와 이론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오승종 변호사
osj@darae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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