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무 소관 위원회 구성, 회원 참여 높일 것"

전국변호사회장협의회 간사도 맡아…변호사 상생의 길 모색하겠다
소외계층 법률구조 등 공익사업에 열심, 예향인다운 문화후원 눈길

빛고을 광주를 찾은 4월 22일은 비가 왔다. 경상도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기차시간이 뜨문뜨문하고 KTX임에도 오래 걸리는 곳. 광주는 그렇게 물리적 거리보다 교통의 거리가 멀도록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현실을 곱씹으며 광주송정역에 내렸다.
광주변호사회관은 법원 근처의 아담하고 예쁜 6층 건물이었다. 입구의 금색 광주변호사회관이란 글씨가 자랑스럽게 맞아주었다.
문정현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사시 33회·53)은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이야기부터 꺼냈다.
“제일 연장자인 대구 석왕기 회장님이 대표를 맡으셔서 저를 간사로 지명하셨어요. 대구에서 회장을 맡았으니 간사는 광주회 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제가 많이 바빠 사양하려고 했으나, 훌륭하신 석 회장님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밴드’로 묶여서 서로 수시로 대화하고,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내놓기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가장 회원들에게 이득이 될 일이 무엇일까 결론을 내서 밖으로 내놓으려고요. 이제까지 대한변협의 활동에 지역변호사들은 소외된 감이 있었고, 대한변협도 무관심했어요. 6월 22일 대전에서 두 번째 모임이 예정돼 있어요. 이젠 지역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합니다. 어느 때보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지방회장님들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좋아요. 모든 변호사들이 함께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봐야죠.”
연세가 꽤 있는 분들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되는 네이버의 ‘밴드’로 대화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밴드는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프로그램처럼 가입자끼리 대화도 하고 사진도 올리고 모임일정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성식 대전회 회장이 주창해 밴드를 만들고 지방회장들을 초청해 가입하게 했다. 첫 모임인 대구모임에서 대전의 문 회장이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고.

“회장을 맡은 지 3개월 동안 임기 2년 동안 뭘 할까, 뭘 고칠까 생각했어요. 그걸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전임 회장님들을 뵙는 거더라고요. 회장님들이 변호사회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책임졌던 분들이니까 전임 회장들 다 모여놓고 식사하며 덕담 오가는 그런 자리 말고 한분씩 식사를 모시며 얘기를 듣고 있어요. 2년 동안 일하면서 정말 좋은 사업인데 단절된 것, 이어받아야 할 것들이 보이더군요. 저는 집행부를 구성할 때 이전 회무경력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열정과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회무는 될 수 있는 한 소관위원회를 구성해 그 구성원 변호사들이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 회장이 위원회 단위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일을 함께 하다보면 연대의식과 소속감도 쌓인다는 생각 때문. 연례적으로 하는 춘계 신입회원 등반대회의 경우도 회원이사와 권익복지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장소도 정하고 프로그램도 짜는 식이다. 기존에 사무국이 하던 일을 소관위원회 소속 변호사를 중심으로 의견을 내고 직접 참여해 함께하는 것. 선거규칙개정도 법제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연석회의를 구성해 개선책과 전체조문을 검토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일도 교육위원회, 법학전문위원회, 로스쿨 실무교수들까지 연석회의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고 일한다. ‘더디 가도 멀리 본다’는 말이 떠오른다.
“각종 위원회 모임에 소극적이어서 불참의사를 밝힌 분들에게는 제가 직접 전화해 참여를 권유했더니 참여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모임이든 처음에 한번 참석을 안 하면 그 다음은 참석하는 것이 어려워져요. 저도 판사를 하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몇 년간은 변호사회를 ‘자기들끼리 하는 모임’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회장이나 상임이사 등 소수의 임원들이 일을 다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되도록 많은 회원이 참여해 일해야죠. 전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고 봐요.”
일 중독으로 소문난 문 회장이 일을 나누는 것은 의외였다. 자신의 업무에만 전념하느라 다른 변호사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변호사회 일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소속감을 나누겠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변호사들이 실은 소속감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듯.
“변호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변호사의 정당한 권익을 옹호하고 증진하는 것이겠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사소한 거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는 제도, 영장실질심사 전 영장열람, 검찰·경찰 수사단계에서 변호사 역할 확대 등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의견을 모아 개선시키는 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이에 더해 대외적으로 변호사를 바라보는 냉소적 시각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현상, 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분명하게 의견을 밝혀야 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구조도 열심히 하고요. 공익적 사명을 충실히 하면서 변호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죠.”
변호사는 물론이고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의 업무상 애로사항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시정을 요구하면 힘들어도 집단화하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광주회는 ‘1학교 1고문변호사제’는 물론이고 북한이탈주민돕기, 다문화가정 지원도 열심이다. 아동 지원 단체를 체계적으로 도울 방법을 고민 중이다. 사업이사가 주관하는 사업위원회에서 맡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바른길’은 지난해 3월 중국 청도에 분사무소를 냈다. 그래서 광주회와 청도와 교류회를 하는 것이 용이해 추진 중이다. 이미 부산회와 교류 중이어서 부산회와 삼각 교류회를 가지는 것도 협의 중이다. 지방에 있어도 회원들이 국제적 시각을 가지도록 자극하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변호사의 현실이 무척 어렵죠. 변호사들의 환경이 어려워져 잘못된 운영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사건브로커를 쓴다든지. 아프지만 반드시 시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조사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집행부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도록이요. 전적으로 소관 위원회의 조사와 결정을 따를 겁니다. 법관평가위원회도 독립기구화 했습니다. 이제까지는 훌륭한 법관을 칭찬만 했는데 금년부터는 문제 법관도 발표하기로 했어요.”
판사로 근무하다 2001년 개업한 문 회장은 CEO형 변호사로 광주 상무 신도시에 가장 먼저 본사무소를 냈고, 중국 청도에 분사무소, 서울 서초동에 서울분사문소를 개설하는 등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변호사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일중독으로 불리지만 예향사람 답게 미술 애호가로 미술작품에 관심도 많고, 전시회, 공연관람도 많이 다닌단다. 광주회에는 문 회장이 기증한 작품도 걸려 있었다. 광주문화재단 감사도 맡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의 전유물 같은 메세나 운동은 구시대적이라며, 이제는 전문가 직역이나 일반인도 문화를 사랑하고 재정적 후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발 벗고 나선다.
광주회 사무국장에게 20년된 건물이지만 6층 변호사회 사무실은 리모델링 되어있어 좋다고 칭찬했더니 문 회장 사비를 들였다고 귀뜸.

/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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