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직선제 논란이 한창일 때 서울의 변호사들은 ‘굳이 협회장을 직접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 했다. 자신들은 항상 투표권을 가져왔기에 별로 해주는 것도 없고 소속감도 잘 느낄 수 없는 조직의 수장을 뽑으면서 비용도 많이 드는 직선제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리라.
그러나 서울회를 제외한 지방회 회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우리가 이등회원이냐는 것이었다. 몇 년에 걸친 강력한 요구 끝에 직선제를 이뤄냈고 첫 선거가 치러졌으며 서울회가 아닌 지방회 출신의 보통변호사를 수장으로 선출했다.
그렇기에 지역 변호사들의 기대가 남다르고 중앙위주의 일방적 통보, 시행이 아니라 어려운 지역사정을 헤아리고 개선을 위해 몸 사리지 않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한 기대가 사상 첫 지방회 순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외감은 느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현장에 해답이 있다. 몇 차례 걸러 들어온 의견보다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가 정제되지 않았을지언정 힘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
지방회 건의사항은 서울 역삼동 변협회관에 앉아 있어도 전화로, 이메일로, 팩스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회원들이 실제 일하고 있는 현장, 변호사회 사무실을 직접 보고 지방회 임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의사항을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서울회 회장 출신이 아니어도 뭐가 달라지랴 싶었던 시선들이 거두어 지고 대한변협을 ‘내 조직’이라 느끼기 시작할 때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개인은 더할 나위 없이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인데 변호사 단체는 왜 그리 힘이 없고 홀대를 받았던 것인가. 각기 자존심 강한 일인 성주들이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하나가 되어 노를 저어야 풍랑에 뒤집히지 않고 비바람에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그 든든한 뿌리를 뻗어내는 힘, 일만오천 변호사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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